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살아 본 사람들은 이들 국가에서 각종 사고, 재난 등에 대한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처리가 잘 돼 있음을 한 두 번은 느꼈을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관공서는 물론 개인 가정에서 조차도 위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 이들에 대응하는 장비를 갖추고, 사전에 이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교육을 받는 등 사전준비가 철저하다.
이렇게 사전준비가 잘 갖추어진 상황에서는 위기나 응급 상황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서는 만약 위기 또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이에 대한 대처 또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진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렇게 위기나 응급 상황에 대한 관리체계가 잘 수립돼 있고 또한 이를 위한 투자에 소홀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 또는 사회의 위기관리체계 또는 위기관리능력의 보유는 그 국가 또는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잘 수립된 위기관리체계는 위기의 사전적 예방 및 효율적인 사후처리를 통해 그에 투입된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절감을 가지고 온다. 이러한 금전적 효과 외에도 국가 또는 사회의 안정성을 높여서 그로 인한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위기관리체계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 대한 사전준비 잘돼있는 선진국

흔히 선진국과 후진국을 소득수준이나 경제규모를 가지고 구분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척도가 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위기관리체계의 수립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의 소득수준이나 사적소비수준을 보면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종 교통사고, 화재사고, 금융사고 등의 사고가 빈발하다. 사고의 발생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위기관리체계가 제대로 수립되어 있지 않음을 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위기관리체계의 수준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위기관리체계를 최근의 경제상황과 결부하여 생각해보자.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파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경색 현상이 심각해 정부에서 시중에 수많은 유동성 공급을 해도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이다. 이러한 자금경색 현상은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명년도 경제성장율을 1%대로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금융기관 위기관리체계 확립해야

중소기업부문에서는 이러한 자금경색과 실물경제 침체의 여파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흑자도산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심각한 경제현상의 원인 한 가운데 금융기관이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위기관리체계가 문제라고 본다. 물론 지금의 현상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금융기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위기관리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었더라면 상황의 심각성을 훨씬 완화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흑자를 냈다. 이 흑자를 내기 위해 단기자본을 많이 도입하는 등 만약 있을지도 모르는 위기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또한 그 많은 흑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있을지도 모르는 금융경색에 대비함에 소홀했다. 대신에 이들 금융기관들은 임직원들의 인건비 상승 등 자기들의 복지향상에 충실했다.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자신들 고유의 역할인 자금공급 역할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용경색 현상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게 됐다.
잘 나갈 때는 인건비 상승 등으로 돈잔치를 하고 어려울 때는 시중 자금경색을 가중시키고 정부에 손을 내미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고강도의 위기관리체계를 수립하게 하고 이를 철저히 감시 및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질 때 우리 경제의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송장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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