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시련의 긴 터널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그 충격이 더욱 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에 한국경제의 성적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투자와 소비의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3.7% 수준에 머물렀다. 공식 실업자(失業者)는 75만 명이지만, 사실상의 실업자는 317만 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여덟 명 가운데 한명이 백수(白手)인 셈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 청년실업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물가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10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앙등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 물론 8월 이후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가의 하락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경상수지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주가와 펀드가격도 대폭락이었고, 가계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나라 경제가 고달프니, 기업이나 가계의 사정은 가히 짐작이 된다. 특히 경영자원이 부족하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계의 상황은 참담하기만 하다. 판매부진으로 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율과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산업단지에 가보면 휴ㆍ폐업 상태의 공장이 수두룩하다. 음식점과 상점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의 수도 대폭 줄어들었다. 산업현장에는 지금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일고 있다.

판매난과 자금난 속의 중소기업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 따른 실물경기의 침체와 수출둔화 등으로 중소기업의 12월 경기전망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모(歲暮)의 체감경기가 최악인 셈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애로사항을 보면 내수 부진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불안정, 판매대금 회수지연, 자금조달 곤란, 고금리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력난이나 기술난 보다는 경기침체기의 특징인 판매난과 자금난이 가장 큰 애로요인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환차손을 막기 위해 KIKO(Knock In, Knock Out)라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중소 수출업체는 지옥을 헤매고 있다. 그간의 누적 피해액이 4조 5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은 KIKO를 이용한 중소 수출업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경영쇄신과 일류상품 개발에 총력을

1년을 되돌아보니 어두운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중소기업들이 정말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자랑스럽다. 불황을 모르고 성장한 중소기업들에게는 피나는 노력과 남다른 비법이 있을 것이다. 경기전망이 어두운 2009년에도 독특한 기술력과 마케팅 그리고 철저한 위기관리로 국제경쟁의 험한 파고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산업ㆍ금융정책이 보다 기민하고 선제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금융기관들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팔을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기업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험난한 위기의 강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과 산업체의 자구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노사의 전폭적인 협력과 잘못된 관행의 혁파,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상생적 노력, 위와 아래의 일체감으로 기업을 살려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 신시장의 개척과 신기술의 개발 등 이노베이션(Innovation : 혁신) 노력을 배가시켜야 존립이 가능함을 명심하라. 이 기회에 선도 중소기업은 녹색산업으로의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명 이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세계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앞선 나라와 뒤쳐진 나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혁신에 성공한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 간에도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할 것이다.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살아남은 기업에게는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영광의 월계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기업에게는 퇴출과 사멸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도 사실이다.
다가오는 2009년, 기축년 새해가 우리 중소기업에게 철저한 경영쇄신과 세계 일류 상품 개발의 뜻 깊은 해가 되길 바란다. 중소기업이 일류가 돼야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설 수 있다.

최용호
경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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