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의 인력난 실태를 살펴보고자 인천남동공단과 시화공단에 소재한 중소제조업체를 방문했다. 이들 업체들은 한결같이 합법적으로 근무중인 외국인연수취업자를 빼돌리는 브로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제재를 요구했다.
불법체류외국인에게 법 경시 풍조만 조장하는 정책을 그만하고 법을 지키는 외국인근로자가 우대받고 불법체류자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조치를 하루빨리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들 업체들은 외국인 연수취업자들을 위해 회사내에 노래방과 당구장 시설을 갖춰놓고 휴식시간을 이용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어느 업체는 장급 호텔에 버금가는 숙소를 마련해 이들을 우대하고 있으나, 연수기간이 끝날 때 쯤이면 대부분 이탈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탈하는 것은 물론 돈을 더 벌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는 도망가도 불이익이 없다는데 더 큰 원인이 있다. 불법체류자가 공공기관 앞에서 시위를 해도 방관하고 일부 인권단체에서는 불법체류자를 옹호하면서 이를 부추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는 지난해 불법체류외국인에 대한 자진신고를 받아 출국을 독려했으나 지난달에는 이들중 8만여명에 대한 불법체류기간 연장조치를 했다. 정부가 나서서 불법을 조장하고 합법기간내 출국하려는 외국인까지 이탈하는 사태를 유발시켰다. 몇일 전에는 3월말까지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 15만여명에 대해 별도의 신고절차 없이 8월말까지 출국기간을 일괄 유예해 법을 지키고 출국하는 외국인만 손해보게 만들었다.
정부의 명분은 중소기업인력난 심화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매일 신규 불법체류자가 100여명씩 늘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면 이들도 똑같은 조치를 기대할 것이며 우리나라는 불법체류하기 쉬운 나라, 불법체류자를 합법화 해주는 나라라는 인식만 동남아 모든 근로자에게 심어줄 것이다.

불법체류자 매일 100명씩 늘어
노동부와 인권단체는 산업연수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만약 10년전 산업연수제의 도입시기에 고용허가제가 채택됐다면 현재의 불법체류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겠는가. 지금과 같이 불법체류하기 좋은 환경일 경우 더욱 많은 불법체류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의 상당수가 중국으로 회사를 옮겨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는 최저 단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더욱이 최근에는 이라크사태, 북핵문제 등과 맞물려 경제상황이 바닥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자들은 업계의 사정이 매우 어려운데 노동부가 왜 나서서 고용허가제 도입을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노사분규 없이 그 동안 열심히 일만 해왔는데 외국인 근로자의 노조결성이 불을 보듯 뻔하고, 국내근로자 역시 별도로 노조를 만들어 노사갈등을 부추길 고용허가제 도입을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도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
외국인력정책은 국익과 중소업계의 부담, 그리고 외국의 경험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검토돼야 하며,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과 예견될 수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중국동포문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금년말까지 어떤 형태로든지 이들에 대한 처우방법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입국허용범위, 출입국관리법상 처우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현재 불법체류 상태인 30만명에 대한 단계적 출국방안, 단속요원확보 및 보호시설확충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그저 편하다고 남발하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출국유예나 합법화조치는 법 경시 풍조만 조장할 뿐 오히려 잠재적 불법체류자를 유인할 것이다. 이웃 동남아 인력 대부분이 한국행을 선호하고 있고 한국만 오면 장기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법을 어긴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가 돼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법의 엄정성을 지켜나가면서 중국동포문제, 불법체류외국인처리 등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 모두가 지혜를 모아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고용허가제를 섣불리 도입해 중소기업을 더욱 벼랑으로 몰아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국익 그리고 전략적 측면에서도 고용허가제는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에 논의해도 늦지 않으며, 불법체류하기 좋은 나라가 아닌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국 명(기협 외국인연수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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