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 수준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동방예의지국’이다.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미풍양속이다. 명절 때마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부모님을 뵙기 위한 귀성 행렬로 가득 메워진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노인들이 설 땅은 자꾸만 좁아지고 있다. 노인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그들은 자신의 위엄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노령인구를 살펴보자. 지난 20년 동안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그래서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약 9.5%에 이른다.
인구학에서는 전체 인구에서 노령인구의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고령 사회’, 그리고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또는 ‘후기 고령 사회’라고 한다.
한국의 노령인구는 2000년에 3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2%를 넘으면서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2018년에는 14.3%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며, 2026년에는 20.8%를 넘어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의 노령인구는 세계적으로 볼 때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 보자. 프랑스는 115년, 독일이나 미국은 40∼70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24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 놀랍게도 1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예상 수치일 뿐이며 출산율이나 평균 수명에 따라 약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충 20년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확실하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그로 인해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노인들이 겪는 문제는 크게 역할의 상실, 둘째 가난, 셋째 고독, 넷째 건강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역할의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금 평균 수명은 계속 올라가는데 정년은 지난 반 세기 동안 거의 그대로다. 아니, 실제로는 정년이 더 단축되는 추세다. 결국 일터가 없는 상태에서 보내는 여생이 그만큼 길어진 셈이다.
역할의 상실은 두번째 문제인 가난, 즉 경제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모아놓은 돈이나 퇴직금을 자녀의 결혼 비용으로 써버리기 일쑤다. 노후를 위해 따로 돈을 모으면서 대비하는 사람들보다는 아무 준비 없이 노후를 맞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형편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노인복지가 가장 잘 돼 있다는 북유럽 국가의 양로원에서도 자살하는 노인들이 종종 있다.
경제적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데도 생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들이 남기는 유서에는 종종 ‘오늘도 내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고 한다. 사람은 외로움 때문에 죽을 수 있으며, 노인들은 그 고통을 더 깊이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이 생기고, 그것은 신체적 건강의 문제로 직결된다.
게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그러한 의료비용을 국가가 사회복지정책으로 감당해 줘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고령사회가 떠안는 가장 큰 짐이 된다. 이제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 ‘통계로 읽는 경제이야기’는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새해에는 더욱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자료 제공 : 통계청 ‘통계 속의 재미있는 세상 이야기’(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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