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먹구름 경제 속에서도 해는 솟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등 지구촌 곳곳의 경제는 먹구름이다.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대에서 1%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바로 지금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숨쉬기조차 힘든데 어디서 희망을 찾자는 거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희망의 끈을 붙들어야한다.
새싹은 두꺼운 얼음판 밑에서 돋아난다. 봄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였던 생존자 빅터 프랭클에 따르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몸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이거나 반드시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고 외쳤지만 우리는 이미 ‘한강의 기적’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베이징올림픽 역도경기에서 부상으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역기를 놓지 않았던 이배영 선수는 “성적은 꼴찌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기에 꼴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메달보다 더 값진 감동을 우리에게 안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투혼이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 투혼

비는 세차게 뿌리는데 우산을 빼앗기는 중소기업들이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 이 고비 넘기면 많은 기회가 온다. 그걸 믿어야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기술개발에 매달리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계획과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기회가 올 때 튀어 오를 힘을 길러야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생(寄生)을 거부하며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이 진짜 기업가정신이다.
더 열심히 뛰어 미래를 선점(先占)하자. 지금 어렵다고 주저앉으면 미래는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치지 못한다(不及). 미래는 예상하거나 전망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에 만연한 무기력증 깨야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세계경제 탓으로만 돌릴 일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과거 들추기에 빠져 미래를 향해 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해만해도 우리가 무얼 했는가. 이명박 정부는 첫 장관인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 주춤거리더니 어처구니없는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에 발목을 잡혔다.
정부의 허약함이 도처에서 드러났다. 총선 후 국회가 문을 여는 데에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계경제가 소용돌이를 치고 있는데도 국회는 망치·전기톱·해머·소화기·물대포가 동원돼 난장판 무법천지를 연출했다. 이제는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며 자행하는 저질 정치행태에 철퇴를 가해야한다. 아직도 산업현장에서는 온갖 시비를 하고 샅바 싸움을 하는 곳이 즐비하다.
경제에 비약은 없다. 기적도 없다. 단기에 가시적 효과를 내려는 성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다. 원칙을 지키고 불법 탈법 무법부터 바로잡는 일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기는 일을 밥먹듯 하고 있다. 그러면서 큰소리만 친다.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거리에서 국회에서 불법집단행동이 만연한데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민생만 괴로울 뿐이다.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위기 돌파작전을 벌이자. 뛸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면 엄청난 일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게 한국이고 한국국민이다. 낭비요인, 고(高)비용 요인을 털어 내자.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국민적 노력에 불을 붙이자. 정부부터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할 일을 제대로 하라. 그리고 국민들에게 땀 흘려 열심히 일할 것을 주문하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기력증을 깨야 살아남는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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