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등, 신나는 일 하나 없는 세상이라고 침잠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에 서 있고 새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움츠리고 산다고 해서 일상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은 어쩌면 일평생 행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나를 위한 재충전이 필요하다.
단지 현상의 암울함 때문은 아니었다. 어찌 삶이 늘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우리의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다. 서로의 자리는 틀리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위치의 높낮이는 틀리지만, 어떤 상황이든 늘 반복을 일삼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큰 변화가 아니라 작은 변화를 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채찍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일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보다 훨씬 윤기있는 삶을 살게 될테니 말이다.
어느새 한해가 또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새해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 새롭게 살아야 할 때다. 일출명소, 힘찬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여행지는 많다. 그곳을 다녀온다고 일상이 달라지지는 않을지언정 우리는 ‘행(行)’해야 한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울진이 그런 삶을 주는 곳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여행지란 늘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곳을 갔다. 다시 생동감있게 살아보기 위한 몸부림을 치면서.
울진에 간 날은 칼바람이 심해서 육체적인 고통이 너무나 컸다. 눈발이 펑펑 내리기도 하고 봉화에서 울진을 잇는 국도길은 구불구불해서 멀미가 날 지경이다. 울진의 금강송 군락지. 우리 땅이면서도 평소 출입을 제한하던 곳 금강송 군락지 2008년 7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었고 2000년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서 대상을 받은 곳이다. 거기다 이번 여행 테마는 산악인 허영호씨를 동반한 여행이었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대형버스의 출입이 어려운 길을 약 8km 정도 달렸을까? 자수정 박물관과 길이 나뉘게 되고 이내 금강송림 군락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금강송은 실제로 500년 이상된 것도 있지만 평균 나이는 평균 나이 150살 정도. 이름도 금강송, 미인송, 황장목, 그리고 적송과 춘양목 등으로 불리는데 일직선으로 곧아서 ‘소나무 중의 소나무’로 불리며 예부터 ‘임금의 나무’로 불렸다고 한다. 조선 성종 때부터 왕실이 키운 거목들. 조선 숙종 6년에 금강송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 금지시킨 것도 금강소나무가 줄기가 곧고 목질이 단단해 최고의 목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황장목’이란 또 다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황장(소나무의 속부분, 심재부)이 일반 소나무에 비해 훨씬 넓고 단단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잘 썩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조선시대엔 궁궐에서 자주 쓰였던 것이다. 후대에는 봉정사 극락전과 경복궁 복원에도 수 그루가 사용됐다.
하지만 이 소나무는 일본 강점기 때는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일본으로 실어 날랐고, 한국전쟁 때도 불에 타 사라져 버렸다. 이때 잘린 나무들이 봉화의 춘양역을 통해 각지로 실려 나가 ‘춘양목’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춘양목은 우리 귀에도 익숙하다.
현재 금강송은 봉화, 울진, 영양, 영덕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울진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이 최고로 좋은 품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숲은 1959년 육종림으로 지정된 후 민간인의 출입이 오랫동안 금지되었다가 1982년부터는 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해 본격적인 보호와 보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소광리가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지 중의 오지여서 사람 손때를 덜 탔기 때문.
소광리 금강송 숲길 트레킹을 해본다. 이 숲속에 들어서면 피부 미용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암 환자도 이겨낸다고 한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들어가본다. 하지만 지독한 추위는 그 아름다움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한다. 계절에 따라 여행지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얼마걷지 않아 조악한 금강소나무 전시관이 있고 그 앞에 눈길을 잡아 끄는 연륜 묻어나는 금강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하늘 향해 거침없이 뻗어나간 나무 줄기는 유난히 휘어지고 비틀려 마치 용트림 하는 비늘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할아버지 금강송’이다. 이 자리를 지킨 지 520여 년. ‘못생긴 소나무가 산을 오래 지킨다’는 장자의 말이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곧지 않고 휘어진 것이라서 베어지지 않았던 것. 긴 세월 버티다보니 멋진 소나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 앞에 있는 전시관은 지나치게 조악하다. 일반소나무와 금강송을 비교 분석해 보라고 가운데 나이테를 다 들여다보이게 잘라 놓은 것이 전부인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금강송 결은 매끄럽고 단단하다. 1-2시간, 아니 춥지 않다면 더 많은 시간을 트레킹으로 소요한다면 한층 상쾌해질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냉치냉’이라는 단어보다는, 아름다움은 내 마음속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다.

●찾아가는 방법:중앙고속도로 이용-풍기 나들목에서 봉화를 거쳐 36번 국도를 따라 가거나 강릉을 기점으로 7번 국도 따라 울진에서 들어가는 방법등이 있다. 후자는 거리는 멀지만, 구불구불한 국도변의 힘든 운전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대광교에서 917번 지방도 소광리 방향-비포장길을 따라 끝까지 간다.

-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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