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꼬불쳐 두면
언젠가…

A사장은 한창 회사가 잘 될 때 연말 법인 결산 후 배당받은 돈 전액을 부인에게 주었다. 5년을 계속 그렇게 했다. 어느 날은 술김에 부인이 부르는대로 각서를 썼다.
“본인은 아내에게 갖다 준 돈을 절대로 되돌려달라고 하지 않을 것임.”
몇 년 후 A 사장의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그 돈을 한사코 내놓지 않았다. 부도가 났는데도 부인이 돈을 내놓지 않자 A사장 주변에서는 ‘아마 그 부인이 그 돈을 위자료로 받으려고 그러나보다’소리까지 나왔다.
그런데 부인은 부도 난 몇 년 후 남편이 재기하러 나섰을 때 그 돈을 내놓았다. A사장은 지금 과거를 다 정리하고 회사를 튼튼하게 이끌고 있다.
B사장 회사에는 전혀 건들이지 않고 비장해 둔 돈이 있다. 통장은 감사가 보관하게 하고 도장은 경리과장이 보관하고 있는데 그 통장에는 사원들의 3개월치 급여가 항상 들어 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겨도 사원들에게 3개월치 월급은 주어야 한다.”
그 돈은 그래서 거의 20여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본능적인 위기관리 의식
A사장은 부도 직후 필자에게 이혼을 상담하러 온 일까지 있었다. 부인에 대해서 심한 증오까지 품고 있었다. 남편의 어려움에 그렇게 비협조적인 아내라면 같이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부인은 A사장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도난 회사에 2억 정도(남편이 배당금이라고 마음대로 쓰라면서 갖다 준 돈)가 수혈 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차라리 남편이 재기할 때 쓰도록 하겠다. 오해받아도 할 수 없다.언젠간 알아 줄 날 있겠지?’하며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그 부인의 사려 깊은 돈 관리가 결국 오늘의 A사장을 다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남편의 위기관리를 아내가 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B사장의 경우는 비록 잘 되는 회사이지만, 기업이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CEO다운 위기의식이 직원 급여 3개월분이 항상 시재로 남아 있게 했다. B사장은 그 돈을 자기 개인 돈으로 만들어 회사 장부에는 올리지 않고 있다.
A 사장의 부인은 사업가였던 친정 아버지가 부도를 내서 어려운 소녀 시절을 겪었다. 거기서 남편을 위한 위기관리 의식이 생긴 것이다.

위기관리기금과 비상금은 구별돼야

CEO라면 ‘위기관리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 항상 위기관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 A사장이나 B사장의 경우는 비상금 마련이 위기관리의 기초적 방법이었다고 본다.
회사에 위기를 위한 비상자금이 얼마나 있는가? 만일 없다면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B사장의 회사는 모든 지출을 현금으로 할만큼 현금 유동성이 좋은 회사였는데도 3개월분의 급여를 비축했다.
CEO만 아는 위기관리기금도 좋고, 회사 중요 간부만 알고 있게 해도 된다. 비상금, 위기관리기금, 또는 죽어도 안쓰는 돈, 이름이야 어떻든 위기를 위해서 마련된 자금이 기업에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터져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전쟁 이상의 상황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가? 그 때 CEO가 알아서 쓸 수 있는, 구급약 같은 비상금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개인의 주머니에도 비상금이 있다. 하다 못해 살림하는 주부도 비상금이 있다. 기업에 CEO가 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비상금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단 위기관리기금과, 오너가 유흥비 등 멋대로 자유자재로 쓰는 비자금과는 엄격한 구별이 필요하겠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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