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들면서 몸이 비둔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알게 모르게 체지방이 쌓여 가고 있는 것. 두터운 옷 속에 숨겨진 뱃살을 한줌 움켜 쥐면서 튕겨봐도 해결책은 운동밖에 없다. 날 차가워 귀찮더라도 몸을 움직여 줘야 하는 것.
일부러 멀리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면 동네 뒷산이라도 오르면 좋으련만, 어찌 된 영문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산행이 힘겨운 탓도 있고 매일 오르는 산이라 식상해서 일수도 있다. 지하철 타고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기고 싶다면 예봉산을 찾아보라.

용산-덕소간 전철이 2007년 12월 16일 개통되면서 예봉산(683m) 산행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600고지의 그다지 높지 않은 예봉산은 경기도 남양주군 와부읍 팔당리와 조안리 경계에 있는 산이다. 예봉산은 적갑산과 마주보고 이어져 있다.
인근 주민들은 사랑산이라고 불러왔고, 옛 문헌에는 예빈산(禮賓山), 예봉산(禮蜂山)으로 기록돼 있던 것이 조선총독부 “조선지지자료”에 예봉산(禮峯山)으로 나와 있다. 짐작컨대 일제강점기에 오늘의 이름이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산은 수림이 울창해 조선시대 때는 인근과 서울에 땔감을 대주던 연료공급지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예봉산은 한북정맥(광주산맥)상의 운악산서파(350m)에서 남쪽으로 갈라진 지맥이 주금산과 천마산, 백봉 등을 일으키고 한강변에 이르러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되는 두물머리(양수리)를 바라보면서 솟구쳐 장엄한 광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명산이다. 예봉산은 도심 인근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산으로 코스만 해도 8개나 된다. 하지만 결코 만만찮게 보면 안되는 산이다. 전철역에서 팔당2리 버스 정류소(한일관)앞에 등산로 표시가 있다. 철로쪽 골목길을 거쳐 굴다리 밑을 지나면 띄엄띄엄 촌락과 식당들을 만난다. 마을 시멘트 길과 자그마한 계곡을 끼고 오르면 본격적으로 조동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능선 길을 택하는 것이 지름길이라서 많은 산행객들이 이 길을 택한다.
초입부터 힘겹다. 능선길(정상까지 1.5km 정도)이라고는 하지만 경사도가 급해서 한걸음 떼기가 어렵다. 계곡없이 흙먼지 폴폴 나는 육산이라서 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것이다. 땀이 뒤범벅되고 목줄까지 타고 오르는 가픈 숨을 몰아쉬면서 한참을 올라가면 나무로 만든 전망대가 나선다. 이곳에서 한숨 돌리면서 발밑 풍광에 빠져봐야 한다. 시원한 팔당호반과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검단산, 운길산 등이 켜켜히 시야에 잡힌다. 날씨가 맑거나 운무라도 끼는 날이라면 한결 나은 풍경일 것이다. 인근의 운길산 수종사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약간 다른, 지형이 새롭게 다가선다.
나무 계단을 타고 능선을 휘돌아서면 구세주처럼 감로주 파는 ‘쉼터’를 만난다. 예봉산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주인장. 늘 등짐을 짊어지고 올라와 물건을 펼칠 것이다. 벤치에 앉아 시원하게 감로주나 칡차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평평한 정상에는 고지 표시와 등산객들이 있을 뿐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발밑 풍경은 더 시원하다. 내 몸을 사방팔방으로 돌리면 될 일. 그곳에 정약용 선생의 “돛 달아라”라는 시문이 눈길을 잡아 끈다.
바람 탄 돛배 물을 뒤로 뿜어내니/하늘 빛 잠긴 물에 물결 무늬 일렁이네/숲속의 누대 빚은 숨박꼭질 하는데/물결 저쪽에선 놀라는 제비와 참새떼들/긴 노는 젓기 싫어 온통 쓰지 않고
새로 지은 피리 곡조 귀 귀울여 들을만해/인생살이 활달한 뜻 얼마나 될거나/반쯤 취하여 푸른 구름만 바라보네.
이제 하산해야 한다. 정상에서도 갈림길이다. 왼쪽 북서쪽 안부로 내려가는 방법과 운길산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는 자기 역량에 따라서 산행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왼쪽 능선에는 철탑이 있는데 팔당과 세광사로 가는 적갑산길이다. 동쪽으로 하산하면 운길산쪽으로 가게 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다시 팔당역으로 오려면 중간즈음에 하산 팻말이 나선다. 하산 길은 오름길보다 조금 길게 느껴지고 낙엽이 두텁게 쌓여 미끄럼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그래도 자그마한 계곡이 있어 오름길보다는 지루함이 적다. 그렇게 하산하면 처음 갈림길과 만나게 되는데 보편적으로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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