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업체 회생의 일대전기 될 듯”

“법원의 키코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정은 부도위기에 직면한 500여개 피해업체와 이들과 거래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기업회생의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주식회사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키코 피해업체들이 크게 고무됐다. 작년 11월 97개 업체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향후 전개될 본안소송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도 받아질 확률이 높아졌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키코 계약이 ‘은행의 손실은 제한적이지만, 기업의 손실은 무제한’이라는 측면에서 환위험 방지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은행이 계약의 적합성을 미리 점검하고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키코 계약은 환율이 급등하면 업체에 무제한의 손실이 생기고 이는 회사의 거래 목적이나 재무구조, 영업상황, 위험관리 능력 등에 비춰 적합하지 않으므로 은행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다른 거래조건을 모색해 권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 측은 계약이 내포한 위험에 관해서도 일반적·추상적으로 알렸을 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만을 강조하고 상승할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키코 계약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당시 각 회사와 은행이 원·달러 환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했는데 환율 급등으로 가입업체가 엄청난 손실을 봤고 남은 기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견되는데 이는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므로 계약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이 계약 후 현저히 변경되고 이를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생긴 것인데도 불구하고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장래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은행측의 설명의무 결여 ▲계약자체의 불공정성 ▲상품의 적합성 부족 ▲계약해지의 적법성 등을 주장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이는 법원이 은행들의 키코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피해업체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키코 피해업체들은 앞으로 이어질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비록 소송 이전의 손실을 그대로 안고 가기는 하지만 남은 계약기간의 손실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업체들은 1년에서 3년에 이르는 장기의 계약기간 동안 매월 만기일에 환율급등에 따른 손실분을 정산해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본안소송이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1년에서 2년까지 걸리며, 결정에 불복해 은행이나 업체가 2심 또는 3심까지 가게 되면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장기간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기업활동을 옥죌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서둘러 피해업체와 은행이 상호 윈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주장해온 ▲약정금액의 2~3배 매도조건 폐지 ▲녹아웃 같은 자동해지 계약조건 신설 ▲환수금의 분할납부 또는 일부감면 허용 ▲손실금의 장기저리 대출 전환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와 소송 대리인들이 지난 11월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KIKO 피해 구제소송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나영운기자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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