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날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참담한 세계경제 한파 속에서 미국 오바마대통령이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기치로 출범했다. 아직 봄은 멀었지만 벌써부터 미국정부의 변화를 둘러 싼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부시정부와 달리 보다 현장과 성과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 정책의 여러 방향에서부터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차로 3,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풀면서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 받은 금융회사들이 기업들에 자금을 풀지 않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기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장과 성과지향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한국과 FTA 재논의 등 다양한 경제의제에서 오바마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의지가 읽혀지는 것이다.
금융계가 먼저 나서서 조선과 건설업에서 시작해 경제개혁을 추진하라고 다그치는 한국정부와는 상당한 거리가 느껴진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성장동력 육성대책과 같이 정부는 좋은 일만 하고, 어려운 일은 은행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니 평시에도 은행문이 높아 자금지원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10년 이후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신재생 에너지, 로봇 등 17개 산업에 97조원을 투자하고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美정부 현장, 성과에 중점

한동안 전봇대론으로 통했던 현장지향의 MB정부조차도 시간이 갈수록 현장과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과 달리 4대강 유역 개발은 파급효과가 매우 미약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시장과 고객이 괴리된, 정책을 위한 정책이 형식적 논리에서 속히 벗어나 오바마대통령이 보여준 실사구시의 도전과 같이 구조조정의 기업현장과 무너져 내리는 시장 속으로 직접 개입해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유시장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어 재벌봐주기식이라는 정책의 다양한 질타를 무릅써가며 진행되는 적당한 타협으로는 하루가 새롭게 악화돼가는 한국경제의 침몰을 더 이상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구호에 그치고 있는 위기가 기회라는 상황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직접 이끌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모색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개입 통해 中企살려야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미국정부의 그처럼 강한 정책적 지원과 국민적인 자부심을 등에 엎고도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 자동차업계에 매달린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신성장동력을 개발할 의지도, 능력도 빼앗아가버린 완성차업계의 가격인하 드라이브였다는 사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송도신도시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바, 중소기업이 떠나가버린 썰렁한 인천의 남동공단에 대해 정부는 보다 심각한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300만 중소기업의 절반이 넘는 하청기업들이 원가파동으로 무너졌고, 환율파동에 키코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제 우리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시장개입을 자제하겠다며 은행을 통해 간접적인 구조조정과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정부 정책에서 봄 기운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은 이 땅에 없다. 아니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정책 지원에 목마른 중소기업들은 도통 다양한 정책지원의 그림자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 중소기업이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구두선에 불과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상황논리에 묶여 은행안에서만 맴돌고 있는 사이, 중소기업 사장들은 고금리의 사채라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는 설밑의 힘든 고비에 서있다.
저멀리 미국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우리 정부에도 변화와 도전으로 나타나길 꿈꾸어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피부로 느껴진다는 중소기업 사장들을 거리에서, 공단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풀뿌리 자본주의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경제의 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용록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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