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

스위스의 동남쪽에 위치한 다보스는 아름다운 스키 휴양지다. 스위스 내의 240여 개 스키장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알프스 리조트(Best of Alps)로 선택된 이곳은, 325킬로미터에 달하는 슬로프와 2천900미터의 고도에 12킬로미터의 최장슬로프가 있어서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곳이다.
매년 1월말이면 이곳에서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의 총회가 열린다. 그때가 되면 이 조용한 휴양지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정상의 인물들로 들끓는다. 이 모임은 1971년 당시 하버드 대학의 독일계 유대인 학자인 클라우스 슈바브(Klaus Schwab:1938~) 하버드 대학 교수가 설립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처음에는 ‘유럽경영 심포지엄’으로 출발했지만 1973년부터 활동 영역을 세계로 넓혀나갔고 세계가 주목하는 매머드 포럼이 됐다. 1979년부터는 매년 국가경쟁력보고서라는 연구결과를 출간하기 시작했고, 1982년 17개국 무역장관 회동을 마련해 WTO 출범의 기틀을 닦았고, 1990년에는 동서독 총리의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독일 통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탓에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이 세계경제포럼은 민간 재단이 주최하는 단순한 연례 토론회의에 불과하지만, 매년 세계 각국의 거물 정치인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경제 석학, 금융인, 언론인 등 유력 인사들 2천여명이 참가, 세계의 정치적 갈등, 새로운 경제 전략, 새로운 과학 기술,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 등 지구촌의 모든 현안 문제에 대해 약 1주일에 걸쳐서 토론을 벌인다.
다보스포럼은 참가자들의 면면이 보여주듯이 가장 새롭고 정확한 최고급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하면서 토론을 벌이는 탓에 그 자리에서 중요한 발언이 나오기도 하고, 세계 권력지도를 뒤바꾸는 극비의 수뇌회담이 불시에 열리는 등 국제적 영향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올해 1월28일부터 2월1일까지 개최된 제 39차 연례 회의에는 압둘 라이 와드 세네갈 대통령,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빌 게이츠 MS 창업자, 카를로스 곤닛산자동차 회장,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파스칼 라미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데스몬드 투투 주교, 인드라 누이 펩시콜라 회장 등 예년보다 더 많은 국가 수반급 지도자(40여명)와 기업 CEO(1400개 기업)가 참석해서 ‘위기 후 세계 질서 개편(Shaping the Post-Crisis World)’을 주제로 설정해서 세계 언론의 큰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리더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 산업충격, G20의 미래, 새로운 흐름, 지속가능한 성장, 시장자본주의 논쟁, 기후변화·물부족·식량안보 등 세계경제 7대 키워드를 제시하고 글로벌 어젠더를 무시하면 장기적으로 지구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슈바브 회장은 WEF가 선진 제1 세계만을 위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고급 국제사교 클럽이라는 비판을 수용해 2001년 회의부터는 비정부기구NGO 인사들에게도 그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WEF가 부자들의 잔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부자들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자아비판과 더불어 WEF가 세계 경제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전략을 세울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전 세계 경제가 비상인 까닭에 세계경제포럼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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