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급속한 침체로 인해 한국경제도 깊은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고, 2009년에는 급격한 매출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체감 불경기가 더 깊다.
우선 수출 및 소비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나 정부가 지출을 많이 했으면, 최근 퇴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년간 원없이 돈을 써 보았다고까지 했겠는가.
이처럼 정부 지출을 늘리면서, 정부가 시중은행에게 대출 공급을 늘리도록 강요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정부는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한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국회, 대통령까지 나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지만 걱정도 많아진다. 중소기업이 과연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이처럼 중소기업으로 지원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중소기업 관련 단체, 연구소, 학자들은 기업체 수와 고용비중 면에서 중소기업이 절대적으로 비중이 큰 만큼 (2006년 통계 기준으로 각각 99.9%, 87.5%)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비중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투자한 만큼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의 비중은 2006년 기준으로 각각 28.5%, 20.5%이지만, 고용인력은 각각 21.3%, 14.8%로 고용창출 능력이 낮다.
사업체 수와 고용 인력에 비해, 2006년 제조업을 기준으로 부가가치 기여율을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각각 49.9%, 50,1%, 수출 기여율을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각각 30.4%, 69.6%이다. 2006년 기준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분의 1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 고용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그 성과인 부가가치, 수출 및 생산성에서는 그 역할이 부진하다. 게다가 중소기업인들의 경우 사회환원(연구지원, 단체 지원 등의 기부)에는 극히 소극적이면서, 기업 승계를 편리하게 하는 제도개편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중소기업인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공짜로 생긴 것이 아니고, 현재 및 미래에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라는 점이다. 세금을 낸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계속 비용만 부담해야 한다면, 그 세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게 될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감사원이, 외부에서는 경찰, 검찰, 국세청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 벤처버블, 카드사태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실례로, 지원만 받고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 대한 우려를 벤처 버블을 통해 기억해 보자. 국민의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2000~2002년 벤처붐을 일으켜 서민들의 주머니까지 털어서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 버블을 만들었다.
벤처 버블이 터지고 많은 벤처기업이 파산하면서, 벤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올바른 벤처기업들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벤처 투자는 축소되고, 현재 벤처투자의 불씨만 연명돼 가고 있다.
모든 기관이 중소기업에 기대를 가지고 지원을 할 때, 이에 편승해 도덕적 해이를 하는 중소기업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경영자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인들이 스스로 단합하고, 그렇지 못한 경영자들에 대한 동업자 감시(peer monitoring)가 필요하다.
이번의 경제위기와 정부 지원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도 강력한 경영혁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량 중소기업들도 많이 만들어내고 초일류 중소기업도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한국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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