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해남에 간다. 지난 여름에 이곳을 다녀갔다. 여름 추억을 가슴에 안고 또 다른 겨울 추억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하고 떠난 해남. KTX를 타고 목포까지 가는 동안 내 병든 마음처럼 신열에 고통을 받아야 했다. 1박2일동안 온 산하는 눈이라도 내릴 듯 찌푸둥둥해 마음마저 심란하게 한다. 해남의 겨울, 더 썰렁해진 산하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수영.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이룩한 명량대첩의 승전고를 울린 울둘목 앞바다가 멋진 진도대교와 어우러져 있다.
바다가 운다고 해 명량이라 이름되기도 하는 울둘목.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녹진사이를 잇는 가장 협소한 해협. 다른 바다와 달리 굴곡이 심한 암초 사이를 소용돌이 치는 급류가 흐른다.
이런 지형의 특징을 잘 활용해 4백여척의 왜선들에게 손 쓸 방도도 없이 참패를 안겨준 곳. 공원에는 왜적을 무찌르는 조형물과 나무로 만든 무대, 박물관, 동상 등이 있으며 바닷가에는 조악한 이순신 동상도 있다.
멀리 진도 땅에 만들어진 이순신 상하고는 비교가 될 정도로 조악한 모습을 하고 있어 야릇하다. 돌 위에 쓰여진 글자에 눈길을 꽂는다. “나라를 위해 죽기로서 싸워라, 만일 조금이라도 영을 어기는 자는 군법을 시행하리라”. 내가 살기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싸우면 결국 이길 수 있다는 교훈 하나 얻는 것. 매년 10월이면 명랑대첩제 축제를 하고 강강수월래가 펼쳐진다.
최근에는 거북선 모형의 유람선을 만들어 뒀다. 우수영관광지 관리사무소(061-532-4088) 우항리 공룡화석지(uhangridinopia.haenam.go.kr)로 발길을 돌린다. 2002년 11월 20일에 개관한 박물관(061-532-7225)은 더욱 번듯해져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박물관과 화석지 두 관으로 따로따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법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박물관에는 공룡 화석, 골격, 공룡 관련 각종 전시품 등이 선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진품 화석이 12개뿐일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은 알로사우루스의 진품 화석이 아시아 최초로 전시돼 있는 것도 관심이 가고, 터치스크린 컴퓨터를 통해 공룡의 속도나 무게 등을 체크할 수 있어 아이들의 과학학습장으로도 가치가 있다.
움직이는 실물크기의 공룡 등등. 공룡에 관심이 있는 어린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곳이다. 무엇보다 자연사 박물관이다.
이 화석지는 여느 곳에서는 보는 것처럼 자연방치하지 않았다. 나무다리로 연결하고 화석위에 지붕을 얹었다. 진흙이 굳어서 된 이판암에는 공룡, 익룡, 물새 등 수천만 년 전 이곳 호수 주변에 서식했던 동물들의 발자국화석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해가 지기 전, 4시가 훌쩍 넘어 고천암호를 찾는다.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떼가 무리지어 호수를 검게 물들이고 있다. 예민하게 도망쳐 버리는 가창오리떼 군무. 비록 점이나 메뚜기떼처럼 보이는 철새떼지만 무리를 지어 하늘을 떼지어 나는 모습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11월 중순부터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
하지만 철새 떼를 운 나빠 보지 못하면 어떠리. 이른 아침 무럭무럭 피어나는 물안개가 필 때나 갈대숲도 푸석거리지만 나름 운치있다. 그렇게 하루해가 지고 있다. 땅끝으로 간다.
다음날, 숙소를 나와 땅끝 전망대에 선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목에는 모노레일카(2005년 12월19일개통)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 희뿌연 바다를 보고 내려와 노화도(보길도) 가는 선착장 앞 바다에 선다. 순간 눈발이 휘날린다.
굴 따는 관광객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달마산 자락에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절집, 미황사(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061-533-3521)를 찾는다. 미황사는 남해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489m) 서쪽에, 우리나라 육지의 절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세워진 오래된 절이다. 대웅보전(보물 제947호)과 응진전(보물 제 1183호), 요사채 등 건물만 남아 있다가 중창불사를 해서 규모가 커졌다.
템플스테이, 산사음악회 등을 펼치며 나날이 그 명성(?)이 드높아 가는 곳. 달마산 등산객들 또한 많이 눈에 띈다. 이 미황사에 왔다면 부도밭과 사적비를 봐야 하지만 시내로 접어들면서 잠시 물 빠진 아담한 어촌마을 중리해변을 찾는다.
이 곳은 드라마 ‘허준’의 유배장면 촬영지. 물이 빠지면서 동네 아낙들이 열심히 굴을 채취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아낌없이 맛을 보여주는 촌부의 인심이 살갑다. 시루섬과 대섬이 손에 잡힐 만한 거리에 있으며 조개체험장이 있다. 번화하지 않아서, 북적대지 않아서, 그래서 좋은 바다다.
해남 여행끝자락은 대흥사다. 오리숲을 따라 걷는다. 아직은 때 이르게 피어난 동백꽃은 만날 수 없다. 사명대사 부도비를 거쳐 경내에 들어서 주마간산으로 사찰을 둘러본다. ‘동다헌’이라는 절집 찻집에 들어서 추위를 녹인다. 진한 대추차 한잔 시켜 놓고 심신의 지친 피로를 풀어낸다.


여행정보
● 자가 운전 - 호남고속도로 광산 나들목을 거쳐 영암, 나주 강진(성전)을 거쳐 해남으로 들어서거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 목포-해남을 이용해도 괜찮다.
● 별미집과 숙박 - 진도대교 근처에 있는 금강산 횟집(061-533-3355, 활어회), 어성장어센터(061-534-4944, 장어구이), 땅끝바다횟집(061-534-6422, 활어회), 동산회관(061-532-3004, 매생이), 대둔사 관광단지에 있는 전주식당(061-532-7696, 표고버섯전골), 땅끝식객(061-533-7113, 특산물) 등이 있다. 숙박은 땅 끝에 잘 지어놓은 모텔이나 민박동이 여럿 있다.

■이 신 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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