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거도에서 상하이의 닭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는 중국 땅. ‘샹하이, 샹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라는 노래를 읊조리면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상하이, 우리에게 낯익은 지명.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상하이는 어떤 곳일까? 일상이 몹시 지루하다 싶을 때에 나선 상하이(소주와 항주까지) 여행. 그곳에서 만난 3박4일간의 중국 동남쪽 하늘은 스모그 현상처럼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흐리게 한다.
여행은 막연한 기대감이다. 새로운 곳을 향한 마음엔 늘 설렘이 있다. 상하이는 중국 4대 직할시(북경, 천진, 중경) 중의 하나로 지금은 중국에서도 경제의 중심지다. 잘사는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강소성과 절강성을 경계로 하고 중국 동해에 인접하고 양자강(장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곳.
상하이는 원래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 했으나 19세기 중엽 아편전쟁(1840-1842) 후 영국과 맺은 난징조약(1842년 8월)에 의해 개방된 후 외국세력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아편전쟁, 그저 귀에 뱅뱅거리는 익숙한 그 전쟁 역사에 대해 궁금증이 유발되는데, 영화 마지막 황제를 떠올리면서 그 시대적 배경을 연상해 본다.
영화는 청대의 마지막 황후인 푸이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데, 그의 부인들의 사치스러운 향락이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청나라가 신해혁명(1911년)으로 인해 1912년 멸망하였으니 근 아편전쟁 100년 후의 이야기다. 서구문물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생겨난 것들이 영화 속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실제로 상하이 시내 곳곳에는 아편전쟁 이후에 생겨난 건물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시내의 무수한 휘황한 높은 건물, 파도처럼 쓸려가는 인파,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차량을 보면서 중국의 변화와 성장을 그대로 느낀다.
그래도 한국인들에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1919~45)”가 관심거리다. 그저 근대 역사책에서 익히 들었던 그 근거지에 한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조선조 마지막 황제인 고종이 죽자 뜻이 맞는 의인들이 상하이에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운동. 이곳은 무수한 독립열사들의 근거지였다.
임시정부 27년은 제1기 상하이시대(1919~32), 제2기 이동시대(1932~40), 제3기 충칭시대(1940~45)로 구분할 수 있다. 김구 선생의 조형물도 보고 집무실, 화장실 등등. 오랜 손때가 느껴지는 가구들은 지금은 엔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제 지나가버린 역사현장.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새롭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모처럼 중국 땅에서 들은 ‘사진찍지 말라’는 단어.
3층 열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본다. 좁은 골목에 밀집된 허름한 건물들은 한눈에도 빈민촌을 연상케 한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검은 먼지로 뒤덮혀진 지저분한 건물들은 금세 철거를 해야 할 정도다.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괴기스러운 그곳에 돼지고기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말려지고 있다. 빈민가 사람들의 일상이 어떤지 흘끔흘끔 쳐다보게 된다.
휘황한 도심속에 존재하고 있는 빈민촌에 임시정부가 자리잡고 있는 것. 상하이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긴 대줄을 창문에 잇대 바깥으로 빨래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은 아열대 지구. 습도가 많고 날씨가 1년에 맑은 날이 40일정도라니 빨래 말릴 시간이 없을 터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신천지로 자리를 옮긴다. 유럽 카페 거리 느낌의 이국적 매력을 풍겨 붙여진 신천지 거리. 이름 한번 거창하다. 현대적인 유럽식 상점들은 바, 레스토랑, 물건을 파는 숍 등으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거리다. 한국보다 비싸서 커피 한잔조차 편하게 마실 수 없는 ‘그림의 떡’ 인 거리. 잘사는 것의 대명사는 이렇듯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것들이어야 할까? 차라리 그곳을 비껴 인공 호수가 만들어진 공원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하늘 높이 올라간 빌딩을 호수 멀리 바라보고 있는 등 돌린 남자와 중국 풍 물씬 느껴지는 어린 계집아이의 얼굴에서 더 상하이의 향기가 배어 난다.
신천지를 비껴 남경로(난징루)로 향한다. 윙윙 거리는 차량들의 매캐한 매연냄새, 시내버스에는 콩나물 시루처럼 많은 사람들이 부비적거리면서 서 있는 모습이 서울과 많이 닮아 있다.
마치 서울의 명동거리를 연상케 하는 그곳에 낯익은 글씨, 영문으로 쓰여진 ‘삼성’과 한문으로 쓰여진 ‘신세계’라는 입간판이다. 정작 신세계가 한국의 신세계 백화점과 연계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남경로는 오래전부터 중국인들의 유명 쇼핑 거리다. 큰 상점건물들, 호텔 등등. 사람들이 파도처럼 거리를 배회한다. 중국 돈만이 유용한 거리. 미처 준비하지 못해 길거리 음식 사먹는 재미도 앗아가 버린다.
이 남경로가 발전된 것도 프랑스 조계(租界)시대. 19세기 후반에 중국의 개항과 함께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외국인 거주지. 당연히 아편전쟁과 연계가 된다. 남경로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외탄은 과거 100여년 간의 상하이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외탄의 건축물들은 당시 서양의 복고주의 건축양식을 따른 것으로 그 숫자, 건축양식의 다양성 면에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곳. 20층 이상 건물은 똑같이 만들 수 없다는 정책이 한몫을 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 건축 박물관’이라고 불린다는 외탄이다. 정작 이 건물을 본 것은 황포강 유람선을 타고 나서다.
그다지 휘황하지 않은 건물의 불빛들. 워낙 아끼는 것을 좋아한다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중국인들이 불빛을 가려서인지 빌딩 숲에서 쏟아내는 빛은 왠지 촉 잃은 전구처럼 힘이 없다.
홍콩의 야경이 연상되지만 그만큼 화려하지 않다. 동방명주탑의 불빛만이 외탄을 더욱 밝게 할 뿐. 타워로는 세계 3위, 동양 최고의 높이(460m)를 자랑한다는 동방명주는 TV송신탑. 그 안에는 온갖 위락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위쪽의 작은 구(求)에 오르면 상하이 시가 한눈에 들어오며, 특히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더해진다는 탑은 배에서 불빛 감상으로 만족한다.
불빛에도 흥미를 잃어버린 채 객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가 내려 한국 돈도 받는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망고스틴을 산다. 차는 호텔비 비싼 상하이에 머물지 못하고 소주로 이동. 상하이의 만족스럽지 못한, 주마간산의 여행 하루가 흘러간다. (계속)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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