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현재 경제위기, 고용위기, 환경위기 등 이른바 3중고(三重苦)에 허덕이고 있다. 이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각국은 ‘低탄소사회의 실현’(일본), ‘신·재생 에너지법’(EU), ‘첨단에너지계획’(미국) 등 여러 가지 그린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작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바 있다.
곧이어 9월에는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정책’, 금년 1월에는 녹색성장전략과 일자리창출을 연계한 ‘녹색뉴딜사업’이 발표됐다. 2월에는 다시 ‘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의 제정을 천명했다. 이 밖에도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에서는 연일 녹색 관련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국정 전반에 걸쳐 5년을 풍미하더니 현 정부에서는 ‘그린’ 혹은 ‘녹색’이란 접두어가 모든 정책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튼 그린혁명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고 어느 나라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에너지절약을 생활화하는 가계, 환경친화적인 기업, 그린국가가 되지 않으면 경제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녹색성장시대의 개막과 선점을 위해 지혜와 용기를 모아야 한다. 중소기업도 결코 그 예외일 수가 없다.

‘혁신’에서 ‘그린’으로

며칠 전 어느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K사장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은 국가경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는 인정하지만 중소기업 특히 기계 및 자동차 관련 제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녹색성장의 내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중소기업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고, 녹색성장을 위한 지원 및 대응책이 주로 대기업과 특정산업에 한정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9대 유망분야나, 자동차·철강 등 9대 주력산업의 저탄소화 지원시책이 주로 대기업 위주로 돼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중화학공업 대열에 돌진하던 대기업들이 최근에는 그린비즈니스에의 승선을 위해 그룹 운명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분야에서의 성공여부가 재계의 판도를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 일부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전반의 녹색산업화는 정책지원 대상에서 상당히 소외돼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경영활동을 그린 코드로

정책당국에서는 녹색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특정부분을 육성하기 보다는 가치사슬상의 전 부문, 특히 중소기업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녹색산업의 성장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확고한 상생전략의 효율성에 달려 있다. 기술력, 자금력,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얼마나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녹색산업에 동참시키느냐가 녹색성장의 관건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중소기업의 녹색산업화를 촉진하는 지원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편 중소기업 측면에서는 대형 녹색산업분야 중 어느 부문에 참여가 가능한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잘만 살피면 기회와 틈새가 보이게 돼 있다.
예컨대 전국을 ‘하나의 자전거 생활권’으로 조성한다고 하니, 이 분야에도 기회가 엿보인다. 연관 대기업과의 그린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과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소기업의 몫이다. 기업 실정에 맞는 녹색기술의 개발에 기민성을 보여야 할 것이며, 공동기술의 개발과 공정개선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온실가스와 폐기물의 감축 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백열전구를 LED 조명으로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요컨대 중소기업은 녹색성장시대의 개막을 위해 그 선봉에 서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고 존립이 가능하다. 녹색산업에의 직접적인 참여나 틈새시장의 발견, 기존 사업의 녹색화(저탄소 제품 개발과 공정개선), 저탄소 기업환경 조성에 기민성을 보이면서 모든 경영활동을 그린혁명 쪽으로 몰고 가야 될 것이다.
교토의정서의 시대를 지나 곧 코펜하겐의정서가 마련되면, 환경친화적인 기업만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존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한번 더 일깨우고 싶다.

최용호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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