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대출 확대 中企현장선 ‘냉랭’

“아무리 신용보증과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자금지원을 확대해 봐야 뭣 합니까. 실제로 은행에 가서 대출을 신청해도 몇 주씩 기다리다 결국 안되는데……”
정부가 사상유례 없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내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냉량하기만 하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시설자금은 고사하고 원부자재 구입 등을 위한 운영자금 조차 확보를 못해 하루하루 견디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반월공단의 한 업체는 현재 40억원 정도 담보가치가 있는 공장으로 30억원의 담보를 설정해 25% 정도의 담보여력이 남아 있음에도 1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출받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돈을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담보를 제공하고 여력도 있는데 단순히 매출이 감소했다는 이유 하나로 대출을 거절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에서는 수 십조원을 은행에 쏟아 붓고 정책자금도 몇 조원씩 지원한다고 하나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아직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그림의 떡’정도로 생각할 뿐입니다”
또 한 업체 대표도 비슷한 사정을 하소연하면서, 남들은 매출이 없어서 난리지만 매출이 늘어야 뭣 하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무리 매출이 늘어 설비투자를 하려고 해도 은행이 담보물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을 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오는 주문을 거절해야 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 대표는 “시설투자 관련 정책자금을 정부에서 승인해줬는데 신·기보, 은행에서 다시 재심사를 할 뿐만 아니라 자금지원도 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 같이 어려운 사정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조사한 각종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中企중앙회가 작년 12월 638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금융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75.1%가 전년도 대비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이들 업체는 자금사정 악화 요인으로 제조원가 상승(29.1%)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판매부진(26.7%), 판매대금 회수지연(17.8%) 등을 지적했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에 있어서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높은 대출금리(29.5%)를 가장 많이 제시했고, 신용보증서 위주 대출(14.9%), 과도한 부동산 담보요구(12.4%)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 등 대출기관의 태도에 대해 46.1%가 담보요구 과대를 지적했고 64.4%는 심사기준 강화, 51.1%는 대출한도 축소로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소기업계는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우선 자금이 바닥난 중소기업 정책자금 규모를 추경 등을 통해 긴급히 확대하고, 시중금리 급락에도 불구하고 최고 5.5%대를 유지하고 있는 금리도 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공장, 생산설비 등 담보가치에 대한 특례를 인정,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일정부분 의무적으로 할당해 한시적으로 적극 지원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비상한 시기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중소기업이 정상적으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획취재팀 홍정호기자

■사진설명 : 지난달 23일 고려오트론을 방문한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장춘상 광주전남지역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현장을 둘러보며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오명주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