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처럼 부활하는 역사 속 간신들

중국 연구가 김영수 씨가 저술한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추수밭 펴냄)은 기원전 7세기 무렵 제나라 역아(易牙)부터 명나라 온체인(溫體仁·?~1638)에 이르기까지 중국사를 뒤흔든 간신 열아홉 명의 행적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공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유형의 간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 유형은 ▲마음을 반대로 먹는 음험한 자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 달변인 자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들이다.
이들 다섯 가지 유형의 간신들은 모두 말을 잘하고, 지식이 많고, 총명하고, 이것저것 통달하여 유명한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실이 없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한다고 공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도둑은 살려둬도 괜찮지만, 군자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잘못된 길로 빠뜨려 나라를 뒤엎을 간신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책에 소개된 간신들의 행적은 상상을 뛰어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며, 불가사리처럼 끈질긴 생명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역아는 노예 기술자로 태어났지만 요리 솜씨가 뛰어나 권력의 핵심에 끼어든 인물이다. 그는 춘추시대 초기 패자로 군림했던 제나라 환공(桓公)이 농담삼아 “내가 평생에 안 먹어본 것이 없는데 사람 고기는 못 먹어 봤다”고 말하자 세 살짜리 자기 아들을 요리해 바쳐 환심을 산 뒤 나중에 궁정 쿠데타를 일으켜 환공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저자는 “간신의 수법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도 통용되는 것은 인성의 약점, 제도의 미비, 경각심의 부족, 역사의식과 통찰력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 역사와 지금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간신 현상에 대해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35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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