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빠르게 실물경제로 파급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압박이 가중되면서 우량 중소기업마저 연쇄 흑자도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은행의 패스트트랙(fast track)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하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은행창구에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몸을 사리고 있는 은행들이 상업적 논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금융의 특성 때문에 웬만한 정부 독촉과 인센티브에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은행권은 연체율 증가와 이에 따른 BIS 비율 하락 등으로 건전성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당한 입장이다.
이처럼 은행이 자율적으로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한 정부 정책의 큰 틀 자체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소기업 금융환경이 큰 변화를 겪게 되면서 나타나는 일반은행을 통한 시장금융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은행시스템을 근간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및 정책 면에서의 보완이 절실하다.

자산 유동화 증권시장 활성화

첫째, 다원화된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일정 부분을 자본과 부채의 중간 성격 자본으로 경영권 간섭이 없는 메자닌(mezzanine) 금융 형태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해당 중소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신용등급 향상효과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은행을 통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능력이 제고된다.
둘째, 보수적인 은행이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자산을 만기 이전에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의 활성화다. 국내 ABS 시장은 2000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으나 점차 그 유동화 대상이 줄어들면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투자 시장이 극도로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기관이 일정 정도 중소기업 대출 채권 유동화 자산에 대한 보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大·中企 상생 공감대 형성돼야

셋째,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 신용위험을 매도할 수 있는 원화표시 신용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 거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원화표시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전혀 활성화돼 있지 못한 상태이지만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회사들의 신용파생상품 취급이 늘어날 수 있다.
넷째,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전담 금융기관을 설립한 후 일반은행을 통한 대리대출방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즉, 중소기업은 이 정부금융기관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주거래 일반은행에 대출을 신청하고, 일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지원 받는다.
일반은행은 중소기업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최종 책임을 부담하되, 변제의무를 부분적으로 면제받는 형태로 위험을 분담한다. 현재 독일의 부흥은행그룹(KfW Group)이 이런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중소기업 제품의 주 구매자인 대기업의 협조가 절실하다. 대기업이 일정 정도 구매를 약속할 경우 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 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결국은 대기업과 은행들이 동시에 무너진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우량 중소기업은 국내 경제의 근간이며 미래로서, 이들이 무너지면 현재 우리가 바라고 있는 빠른 경제회복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 덕 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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