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가운데 두드러지게 강화되고 있는 분야가 중소기업 내지는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들 수 있다. 환율인상과 수출급감에 따라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에게 전략적 지원을 통해 위기상황을 오히려 중소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계기로 삼게 된다면 한국경제 선진화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자칫 “눈먼 돈”으로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한계기업들의 단기적인 연명을 지원해주거나 우량 중소기업에게 선심성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같이 중소기업의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실증분석 연구가 연이어 논점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의 연구에 대해서는 정책의 양적인 목적은 달성되고 있으나 중계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로 역선택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보다 효율적인 경쟁시스템이 구축돼야 함을 말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전국의 300만 중소기업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어려운 까닭에 지원정보에 대한 비대칭성으로 인해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기업보다는 정보에 빠른 한계기업이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거버넌스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용보증 지원과 같이 지나친 일회성의 지원정책보다는 지원 성과에 따른 단계별 지원을 통해 수혜기업들의 내생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성과 및 현장지향적인 정책 지원에 의해 형식적인 정책의 ‘효과’보다 실질적인 정책의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지원과 관련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을 대체시킨다는 구축효과 (crowding-out effect)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연구개발을 촉진한다는 연구가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R&D에 대한 지원정책이 대기업의 경우에는 생산성 증가로 나타나기 어렵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들을 종합하면 기초연구에 강한 대기업에 비해 응용연구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은 매우 효율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일년전에 현대자동차는 2008년과 정반대 되는 환율의 급속한 하락으로 수출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자 하청기업들에게 일률적으로 원가인하를 제시한 적이 있다.
물론 납품규모에 비례해 원가인하를 공유하자는 원칙적 입장이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도 아니지만 이는 납품가의 지속적인 인하압력에 의해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기반은 물론 혁신적인 연구개발의 의지조차 꺾어버리는 잔혹한 대기업의 횡포라 아니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감히 연구개발에 나서기 위한 투자를 감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이같은 중소기업들이 부품업체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한 혁신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며, 보다 긴밀한 현장의 수요에 기초한 성과지향적 연구개발 지원정책은 상당한 생산성 증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빛나는 중소기업들을 보면 무엇보다 기술경쟁력이 뒷받침되는 혁신적 노력과 열정의 경영철학이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이같은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오히려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로 삼기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율인상에 따른 KIKO사태나 원자재 파동과 같이 생존의 위기로 몰리는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는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과 연계해 대학의 연구진이 단순히 조력자 (Helper)가 아닌 협업자(Collaborator)로서 성과지향의 인센티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눈먼돈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단계별 성과에 의한 중장기 지원을 통해 탈락하는 기업들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용록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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