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혁신 중소기업 3만개 육성과 해외 판로확보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3만명의 ‘똑똑한 자식’을 낳는 것 못지않게 이들을 어떻게 훌륭하게 키울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혁신 중소기업들이 생존·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모듈형상품 융합시장의 존재여부와도 연관된다.
최근의 지식서비스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도 이러한 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대기업에 의한 모듈형제품은 존재하지만 경쟁적 시장은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완성차인 H사에 납품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알 수 있다. 납품하고 있는 부품을 자신의 브랜드로 출시하려면 모기업의 승인이 있어야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국내외의 자동차회사에 자사부품을 납품하기도 어렵고 따라서 공식적인 시장경쟁자체가 부재한다. 유럽의 경우 부품시장인 마트에서 다양한 자동차부품이나 건축자재 등을 살 수가 있다. 중소기업들이 H사의 자동차를 대상으로 납품기업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해당부품을 다양한 선택기능으로 구성된 모듈형상품으로 팔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혁신 중소기업 성장 자양분

소비자들이 만약 부품시장에서 교체하고자하는 부품을 직접 구입하여 자동차정비공장에서 수리할 수 있다면 제품가격에 대한 시시비비도 없고, 사회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실제 이런 시장이 활성화되어 존재한다면, 부품 및 소재산업의 경쟁력도 향상되고 전략적 협력도 활성화되어 경제와 사회의 작동매커니즘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실제 부품은 그 기능을 조합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실제 A라는 기능을 가진 기존 부품을 A+B라는 기능을 가진 개선 부품으로 바꾸어서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은 그 부품속에 들어 있는 기술은 모르지만 기능에 대한 구매적 판단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적 옵션을 갖춘 모듈형상품의 제조와 판매는 관련 중소기업들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즉 여러 협력기업들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 기능들을 연구하여 기존 부품보다 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조합형 모듈부품들을 시장 내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는 최상의 제품을 조합한 모듈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향후 기업의 차별적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업의 부품판매 시장이 봉쇄되어 있다.

글로벌 경쟁력 향상위해 필수

예를 들어, S자동차에 장착되어 있는 네비게이션을 부품이라 가정할 때, 기존 부착제품과 외부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 중소기업제품과의 가격대비 기능을 비교해보니 필자의 경우 후자의 일반 네비게이션이 훨씬 더 싸고 좋았다.
그렇다면 S자동차에 장착하여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문제는 개선된 기능을 가진 네비게이션을 납품중소기업이 개발하여도 납품 완성차모기업은 일반시장 내 해당제품의 판매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자회사 부품판매기업의 브랜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것이 소위 정품인 것이다.
모듈형 부품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그야말로 시장원리가 작용하는 부품시장이 존재한다면 우리 부품소재기업간의 전략적 협력도 개선되고 다양한 기능옵션을 가진 제품들의 개발이 가능해져 대외경쟁력도 커지고 수출도 증가할 것이다. 하나의 모기업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만들고 안주해온 수직 납품시스템과 쌍방유착적 단일 유통구조는 우리기업의 차별적 혁신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기회권을 박탈하는 원인이 된다.
이제 고객들은 다양한 선택옵션을 갖춘 모듈형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이 필요한 기능부문만을 선택하여 자신의 기대만족도를 최대한 높인다. 이런 모듈형조합제품은 한 중소기업이 혼자서 위험부담을 안고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기업 간 전략적 분업을 통해 각종 모듈형제품을 만들어 시장 내 출시하는 차별적 전략만이 글로벌 시장 내 오래 살아남는 왕도이다. 이는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경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길이다.
동시에 선진국들의 환경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희소성은 경제가 존재하는 이유임에도 우리는 희소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만족을 부정하고, 그 모순을 알면서도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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