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선수들은 잘 싸워 한국의 힘을 보여주었다. 경제난에다 추악한 검은 돈 거래내용이 드러나고 있어 시름을 달랠 길 없는 국민들에게 더운 여름날 한 줄기 소낙비 같은 청량제를 선사했다.
결승전에서 일본에 진 아쉬움은 깊게 남아 있지만, 패색이 짙었던 9회 말 투아웃에서 기어이 동점을 만든 집념과 끈기는 대단했다. 결국 패했지만 10회 연장전에서 정면승부를 펼친 것도 당당했다. 도망가는 피칭이 아닌 당당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도전해서 무언가 이뤄내려고 노력하는 게 스포츠고 경제고 또 인생이 아닌가.
한국야구를 수비력과 기동력에 바탕을 둔 ‘스몰볼’이라고 얕보던 세계의 눈이 이제 달라졌다. 한국이 장타력까지 겸비한 ‘스몰볼+빅볼’야구로 세계에 한국야구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경제도 야구처럼 신바람을 내지 못할 까닭이 없다. 한국경제, 한국기업, 한국상품을 세계에 각인시키지 못할 까닭도 없다. 우리사회는 야구 대표팀의 저력과 투혼이 사회 각계로 번져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그것도 많은 주자를 앞에 놓고 홈런이나 장타를 날려 대역전극을 펼치면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기업활동 걸림돌 제거해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은 늘 강조돼온 중요한 과제다. 좋은 부품을 만들고(안타를 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소기업과 이들 부품을 조립해 좋은 완제품을 만드는(장타로 득점하는) 대기업이 협력한다면 ‘스몰볼+빅볼’의 결합처럼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상생(相生)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제규모(GDP)는 미국의 27%, 일본의 75%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출은 1조3200억 달러(2007년)로 미국(1조1600억 달러), 일본(7000억 달러), 중국(1조 2000억 달러)에 앞선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독일 수출의 힘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하나의 제품으로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500개가 훨씬 넘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 중소기업이 숨은 승리자, 즉 히든 챔피언이다.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는 책에는 이들 기업은 한 우물만 파는 전문화기업이고 제품의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기업이 세계시장의 경쟁을 이겨내며 독일 경제를 이끌고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히든챔피언’지속 출현

정부는 2013년까지 우수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중소기업, 이른 바 ‘한국형 히든챔피언’ 300개를 집중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형 히든챔피언’은 그동안 추진돼온 벤처기업, 기술혁신형기업(inno-biz), 경영혁신형기업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멋있는 이름을 새로 붙인 것인가. 시비하자는 게 아니다.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점, 그래서 계획과 실천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함이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 300개! 가슴 뛸만한 일이다. 하지만 육성대상 기업을 숫자로 나타내면 정책당국은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숫자를 맞추려는 유혹에 빠진다.
창업에서부터 기술개발과 경영 일반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걸림돌이 있다면 그걸 제거하는 일부터 하라. 새로운 기술개발과 아이디어, 과감한 투자는 평범한 기업을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만든다. 그런 기업이 계속 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기업 스스로가 뛸 수 있게 해야한다.
새로운 정책개발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활동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라. 진리는 단순하고 평범한 데 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뛰어야 혁신기업도 되고 히든 챔피언도 될 것이 아닌가.
야구의 쾌거에 이어 김연아 선수의 피겨여왕 등극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세계 최고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연아는 점프 하나를 익히기 위해 엉덩방아를 3000번 넘게 찧으며 얼음바닥에 뒹굴었다고 한다. 악조건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해야하고 최고가 돼야한다.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는 건 스포츠나 경제나 마찬가지다.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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