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이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의 진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의 -0.5%에서 크게 확대된 -3.8%로 나타났으며, 금년 1분기는 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경기가 26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실업률이 2009년 2월 현재 8.1%로 급등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빠른 속도로 감소하던 소매매출과 공장주문이 진정세를 보이는 등 일부 지표들이 개선되는 징후를 보이자 일각에서 미국 경기 바닥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고용악화,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비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세다. 특히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은 금년 내내 지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년 2월 급감세를 지속한 주택판매와 신규주택 건설 등이 증가세로 반전되었으나 3월 들어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미국 경제 불확실성 여전

이처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등을 통해 7,872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에 따른 2010까지 최대 360만명의 고용창출을 통해 실업률이 0.65%p~1.95%p 하락하고, GDP증가율은 1.1%p~3.3%p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업 부분의 침체가 심각해 아직 경기의 바닥 시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금융 불안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하다. 연준(FRB)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여전히 높다. 서브프라임에 이어 프라임 등급의 주택대출 연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 그리고 학생 대부 관련 연체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미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시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대해 추가 구제금융 지원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본격적 경제회복 아직 일러

그러면 언제쯤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반전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08년 12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2007년 12월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선언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 국면은 전후 최장기인 24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준(FRB)은 미국 경제가 2009년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2009년 전체로 볼 때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2010년이 돼야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UBS,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Deutsche Bank 등 금융기관들은 금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하반기 들어 소폭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합하건데 최근의 일부 미국 경제지표 개선은 경기 하강의 속도가 다소 완화되었지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경기는 경기부양책 시행에 따른 효과가 2분기부터 점차 가시화될 경우 빠르면 금년 2분기, 늦으면 4분기 이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금융 시스템의 정비가 수행되지 않을 경우, 경기부양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 없이 금융시장이 안정되기 힘들고,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고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하였던 L자형 장기 경기침체가 지속할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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