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가는 날 연기군 조치원방면으로 달려간다. ‘베어트리 파크(전동면 송성리)’라는 곳을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곳을 취재 온 적이 있었던가? 잠시 생각해봐도 기억나는 여행지가 없다. 신행정도시가 연기군으로 옮겨 간다는 말에 한때 술렁거렸다는 정도일 뿐이다. 그곳은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로운 것에 대한 작은 기대감이 다가선다.

조치원의 특징은 무엇일까? 유명 여행지라는 것이 한 톨도 없는 곳일까? 있을 것이다. 특산물이 복숭아, 배라는데, 워낙 잘 알려진 이천 복숭아가 있으니 귀에 담아두지 않았을 뿐이다.
해마다 복숭아 축제를 한다는데 눈에 들어오는 산하에서의 복사꽃은 심은지 오래되지 않은 듯 힘이 없지만 그래도 한적한 자연이 싱그럽다. 생경한 곳의 여행은 늘 이렇듯 호기심을 안겨준다.
베어트리 수목원 앞에 선다. 이곳은 5월 11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 수목원은 아직도 어수선하다. 개장 준비에 여념없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느껴진다. 베어트리(beartree) 수목원. 말 그대로 곰과 나무가 어우러진 수목원인 것이다. 곰이 정말 있을까하는 궁금증보다 긴 세월 분재를 해서 가꾼 듯한 둥글둥글한 향나무 군락지에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하루 이틀새에 만들어진 나무가 아니다. 이곳은 그저 나무를 팔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다.
LG그룹 고문을 지낸 이재연 회장의 개인 수목원으로 그의 호를 따서 ‘송파랜드’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미공개였다. 원래 1963년 의왕시의 농원에서 키운 수목들을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그 세월이 47년이나 흘러간 것이다.
수목원 개장을 하면서 부대시설이 필요하기에 건물도 지었다. 스페인풍이라는 건물이 아우러져 더욱 고급스럽다고나 할까? 수목원 한바퀴 도는 시간은 2시간 이상. 비단잉어가 가득한 연못과 자그마한 정자, 철쭉꽃, 흐르는 물줄기, 멋진 건물 등이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향나무 숲길에서는 잠시 숨이 턱 멎을 정도다. 800년이나 되었다는 그저 견디고 있는 듯한 느티나무의 새순을 보고 공작단풍의 갈색 새 순을 보면서도 멋지게 전지된 향나무 군락지를 걷는 것에 마냥 행복하다.
주말이면 찾아온다는 사택의 돌계단 너머로 언뜻 비치는 소박한 청색빛 기와집을 본다. 한마디로 재벌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가꿔 놓은 곳. 일반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다시 건물 뒤켠으로 오르면 정중앙인 베어트리 정원이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독일가문비 나무도 보고, 꽃사슴 농장, 해산하기 위한 곰우리 등. 곰 해산실에서는 자꾸 영화 홀리데이의 철창을 떠올리게 한다. 자그마한 호수에서는 분수가 솟아오르고 시원한 물줄기가 흐른다. 멀리 산정에 세워 놓은 전망대 정자가 함께 아우러진다.
그리고 곰 우리를 찾는다. 생각보다 작고 주둥이가 튀어 나와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반달곰이 생겼을까? 사육하다보니 자연스레 개체수가 늘어나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개체수가 번지게 된 것이란다. 쳇바퀴에 올라 반복적으로 발을 움직이는 곰을 빼고는 돌 위에 널브러져 앉아 관광객들을 빤히 쳐다본다. 그 녀석들이 우리를 보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들을 보는 것일까? 안내자는 이런 설명을 한다. 곰 쓸개는 지금도 중국으로 투어를 갈 정도인데, 원래 쓸개는 스트레스가 많아야 생긴다는 것이다. 이 반달곰은 스트레스가 없어서 웅담이 없다는 것, 그리고 사육을 하기에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야생성이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어 전망대에 올라 숨을 가른다. 발밑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경부선 열차가 수시로 오간다. 다시 한켠에 있는 온실로 들어간다. 분재온실, 열대 온실 등에는 욕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빼곡하게 온실을 채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실 한 동은 ‘만경비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괴목과 열대식물이 어우러진 열대 조경의 1층과, 돌과 나무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식물들이 푸른 이끼밭을 수놓은 2층의 한국산수조경관으로 구성돼 있다. 수목원 개방을 하면서도 망설일 정도로 이회장이 정성을 들여 가꾼 곳이라서 입장료(2,000원)를 따로 받는다.
이곳의 또 하나의 주안점은 식당이다. 이회장의 아들은 TGI를 창업했고 멕시코 요리점인 언더보더라는 외식사업을 하고 있는 베테랑. 그래서 이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음식은 색다르다. 스테이크는 300도 이상 가열된 철판에 생고기로 얹혀 진다. 야채도 남은 열기에 구워 먹을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익혀 먹는 것이다. 나름대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노블레스한 수목원 여행이지만, 한나절 정도 바람쐬러 가기에는 좋을 곳이다.

● 주변 볼거리:멀지 않은 곳에 고복저수지가 있다. 90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저수지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지만 물이 깨끗하고 입질이 잘된다. 텐트를 쳐 놓고 낚시좌대로 이용하고, 저수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면 좋을 듯하다. 저수지 말고 비암사(전의면 다방리)라는 절집도 괜찮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 천년고찰. 새로 보수한 듯 절집은 정비정돈이 잘 돼 있다. 돌계단, 돌담 옆으로 눈길을 끄는 800년 넘은 느티나무가 볼거리고 경내에는 3층석탑(충청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 119호)이 있다. 극락보전(충청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79호)과 경내의 아미타불 삼존석상(국보 제 106호), 기축명 아미타여래제불보살석상(보물 제367호), 미륵보살반가석상(보물 제368호)등은 따로 보관돼 있다. 그 외 운주산성(충청남도 지정문화재 기념물 제79호)도 괜찮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괜찮은 여행지 들이다.
● 여행데이터:전화:041-866-7766 홈페이지:www.beartreepark.com, 요금:어른 9,000원, 어린이 6,000원.
● 찾아가는 방법:천안-논산간고속도로 남천안IC에서 나와 1번 국도를 타고 12km 달리다 송성리로 진입하면 바로 베어트리 파크 입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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