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불공정거래에 中企 “속앓이”

■사례1 :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S화학은 원료 값이 지난 2007년 초 톤당 11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59% 상승했으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1ℓ 용기제품은 같은 기간 개당 132원에서 148원으로 12% 인상되는데 그쳤다.
이 회사 K대표는 거래 기업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하자 해당 기업은 다른 납품업체의 가격을 보여주면서 “싫으면 납품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사례2 : 전국 대리점망을 통해 L전자 컴퓨터를 판매해온 B중소기업은 지난해 10월 L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12년간 L전자 PC만 판매해 온 B사가 공정위를 찾은 것은 L전자의 불공정거래행위 때문. 1998년부터 2001년 까지 4년 연속 뛰어난 매출성과를 올린 B사는 L전자가 수여하는 우수대리점 종합우승상을 연거푸 수상했음에도 L전자와 갈라서게 된 것은 추가담보 및 매출채권에 대한 양도요청, 결제조건 변경 등에 따라 현금 유동성이 악화돼 도산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회사 관계자는 “L전자는 10여년간 쌓아온 신뢰관계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며 중소기업 죽이기게 나섰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이의제기 사실상 불가능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8.5%가 대기업으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당하고 있으며 그 유형으로는 일방적인 단가인하요구(47.4%), 일방적 발주취소, 업체변경(10.3%)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51.9%가 거래단절 등이 우려되어 그냥 참고 있으며 분쟁조정 신청 후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경우는 4.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분쟁조정 신청에 따른 보복 조치로는 일방적인 거래처 변경(62.5%), 의도적인 사업방해, 주문량 감소, 차별대우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임가공 임률인상 등을 요구하며 납품거부에 나섰던 S전자 협력 중소기업 10개사중 끝까지 납품재개를 하지 않는 3개사는 작업물량 등이 급감하며 지난해 6월과 8월 2개사가 각각 폐업된 사례도 있다.

불공정거래 처벌 ‘솜방망이’ 수준

대기업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정위의 시정조치 △형사처벌 △손해배상 소송제기 등.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부분 공정위의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적 제재를 통해 위반행위를 단속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는 과징금 보다 불공정 거래를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한 불공정거래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11년간 가격 담합 행위가 적발된 유화업종 대기업들은 소비자 피해 추정액이 1조5,600억원에 달하는데 비해 1,051억원의 과징금 부과로 그쳤다.
이같은 사실은 2007년 공정위의 조치유형별 시정실적 자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전체 적발건수 1,527건중 고발조치는 한건도 없이 시정명령 131건, 경고 1,396건 등으로 분석돼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피해 중소기업 구제방법 없어

대기업과 거래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로 인한 손해를 중소기업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거의 전무한 상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돼 정부예산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피해 입은 중소기업은 정부 제재와는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거쳐야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불공정거래에 따른 손해배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시간 및 비용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특히 손해추정 과정의 복잡성으로 소송 장기화가 우려되며 행위자체 특수성이나 입증곤란 문제를 고려한 재판규범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도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소송제도와 같은 사적소송에 의한 제재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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