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저 목적두지 않은 채로 휑하니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는 게다. 집 가까이도 좋겠다. 동선 길면 그 만큼 피곤해진다. 그저 준비없이 떠날 수 있는 곳이 영종도 주변이다. 멀리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답답할 즈음 풀하우스, 슬픈연가 등 유명 드라마 촬영지인 도심 근교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영종도는 제비가 많은 곳이라 해서 예전에는 자연도(紫燕島)라 불렸다. 섬 중앙에는 백운산(256m)이 솟아 있고 북쪽으로 금산(167m), 석화산(147m) 등이 있다. 농지가 있고 소규모의 만에는 대부분 방조제를 축조해 농경지와 염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천 장도에서 영종도까지 연결되는 영종대교는 섬과 육지를 잇는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비행장에 도착하기 전에 화물터미널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 길로 빠지면 약 5분 만에 삼목선착장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 등을 운행하는 배편이 있다. 자동차도 실어 나를 수 있는 배가 운항되는데 ‘풀하우스’, ‘슬픈연가’ 등의 관련 사진이 선창 곳곳에 붙어 있다. 딱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풀하우스라는 드라마가 인기 급부상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 곳이다. 신도까지만 가면 시도와의 사이를 잇는 연육교가 있고 시도와 모도 사이는 잠수교가 설치돼 있어 썰물 때 자동차로 건너갈 수 있다. 삼목항에서 신도까지의 거리는 아주 짧지만 어김없이 갈매기 떼가 모여든다. 인간들이 새우깡에 길들여 놓은 탓이다. 자그마한 선착장. 그 주변 바닷가에는 한갓지게 낚시대를 드리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정표를 따라 섬 여행을 즐기면 된다. 섬은 워낙 작아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신도를 비껴 찾아가는 곳은 시도(矢島)다. 시도는 한자어 그대로 화살섬이란 뜻으로 살섬이라고 부른다. 고려말 이성계와 최영의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에서 신도를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 때부터 이 섬은 살섬으로 불렸다. 그것을 알려주는 조형물이 있다. 신도와 모도를 잇는 연육교 초입 오른쪽에 세워진 화살탑(시도리 당재 너머 노루메기 잠수도로 입구 언덕위)이다. 당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살촉이 이곳에서 발견됐다고 하나 겉으로 보기엔 조악한 탑일 뿐이다. 화살 탑에서 바다를 향해 서면 보이는 섬이 강화도이다.
신도와 시도는 597m 길이의 연육교로 이어져 있다. 시도에는 풀하우스와 슬픈연가 등 두 개의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바닷가 옆에 있는 한 채의 전원주택 같은 세트장. 넓은 해안을 배경으로 지어진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 세트장에는 4명의 남녀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벤치를 비롯해 다양한 사진 촬영 포인트를 만들어 두었다.
그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 표정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입장료(5,000원)가 비싸서 드라마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그냥 겉만 보고 발 돌리기 일쑤다. 연예인들에게 우리는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 같은 것일 게다.
이 세트장에서는 그저 그런, 건물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흰 모래사장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수기해변’이다. 더우면 때이른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썰물 때라면, 한두 시간 머물며 바닷가 암반 지대나 모래밭을 거닐어도 좋다.
그렇게 10-15분 바다 길을 따라 가면 산 능선이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나타난다. 차가 있어서 다시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잠시라도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풀 하우스 세트장 또한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언덕받이에 조망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인데, 드라마 속 유명 연애인들의 사진이 사람 크기만큼 걸려 있다는 정도다.
이제 여행의 끝자락은 모도섬이다. 모도는 가장 작은 섬이다. 모도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때 고기는 잡히지 않고 띠만 걸려 띠자를 써서 모도(茅島)라 불렸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 촬영지라고 한다. 김기덕 감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의외로 많은데, 필자도 시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 하정우씨는 분명코 뜰 것이라 생각했었다.
성형미인에 대해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영화인데, 어떤 장면이 이곳에서 연출되었을까? 잠시 생각해보지만 기억나질 않는다. 그래도 아주 자그마해서 더욱 한갓지게 느껴지는 모도는 매력적이다. 이곳에 유명한 조각공원이 있다. 이름도 독특한 배미꾸미 해변에 있는 조각공원은 조각가 이일호 씨가 만든 것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카페로 건물 주변으로 전시된 대형 조각품들이다. 해괴하기도 하고 에로스 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흰 모래 사장과 넓지 않은 바다가 카페(032-752-7215)와 조각공원이 어우러져 그윽한 커피 한잔 마시도록 유혹한다. 배미꾸미 해변 위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이 해변 바로 앞이 인천공항이기 때문이다. 문득 삶의 활력이 불끈 솟는다. 바로 움직였기에, 행동을 취했기에 얻어진 결산물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인 것이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다. 지하철 1호선 인천방향을 타고 계산역 5번 출구 하차, 710번 버스(강인여객 032-577-6265)가 매 20분마다 운행. 또 공항철도 이용시는 운서역에서 하차 후 710번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그리고 공항 3층 5번 출구 앞에서 223번 버스를 이용, 공항 신도시에서 하차 후 112번 좌석 버스 이용/자동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서울-영종대교-인천국제공항 방향-화물터미널 표시판 나오면 오른쪽-5분 가량 직진-삼목사거리-삼목선착장-신도행 카페리호-신도선착장. 월미도에서 배를 싣고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선착장에서 배는 대략 1시간 간격으로 떠난다. 신도매표소(032-752-2452). 배삯은 3000원이며 자가용차량을 실으면 운전자 포함해 왕복 2만원. 섬에서 나올 때 지불한다. 세종해운(032-884-4155, www.sejonghaeun.com). 신시도공영버스가 신도선착장에 배가 들어올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고 있다.
● 찾아가는 방법:바닷가 근처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이나 바지락 넣은 칼국수 등을 즐기면 된다. 신도에서는 전망대 자연산 횟집(032-751-7536, 활어회), 진미 자연산 활어회(032-751-6928, 상합 칼국수)이 괜찮다. 또 모도에는 ‘섬사랑 굴사랑’(032-752-7441, 굴밥, 소라덮밥)이 있다.
● 찾아가는 방법:버스 정보:강인여객(032-578-1738), 월미도-영종도 배편 정보:용주해운 (032-762-8880~2),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사무소(032-899-3401), 시도리 마을회관(032-752-3796)에서 자전거 대여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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