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8년 4분기부터 내수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악화됐다. 생존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노력에 힘입어 2009년 1분기에 들면서 영업이익 하락 폭은 둔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업종별 실적의 명암이 두드러졌고, 동일업종 내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고 있는 1등 기업의 위상은 더욱 공고화 됐다. 내수기업의 실적으로부터 최근 불황이 내수시장에 미친 영향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았다.
① 기초소비 대상 제품의 변화 : 경제·사회적 변화에 따라 소득탄력성이 낮은 기초소비의 범위가 식료품, 주거, 광열수도, 의복 등에서 화장품이나 교육, 건강 등 업종으로까지 확대된다.
화장품이 기초소비 대상품목이 됨에 따라 불황기에도 높은 매출 및 영업이익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자녀교육, 건강유지 등 나와 가족을 위한 투자도 일정수준을 유지해 교육서비스업종 매출이 불황에도 4%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고 의약품 및 건강식품 매출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부의 증가로 의류는 기초소비재의 속성보다는 선택적 소비성격이 강화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② 단순 저가보다 신뢰 우선 : 소비를 줄이면서도 꼭 필요한 제품은 최고를 선택하는 가치소비 형태가 뚜렷해지면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1등 기업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아울러 신뢰할 수 있는 유통업체가 품질을 보증하는 PB 상품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되고 있다.
③ 당장의 현금지출 최소화 : ‘불황기에는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가 인기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근린 소매점이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근린 소매점의 약진 이면에는 씀씀이가 커지기 쉬운 대형마트 쇼핑을 꺼리는 소비자 심리가 내재돼 있다. 또 소유자체보다는 사용에서 얻는 실질적 효용이 지출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정수기, 컴퓨터 등 렌탈 관련업종이 선전하고 있다.
④ ‘집으로’ 소비 : 불황기에는 돈을 적게 들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은둔형 소비가 증가한다는 통설이 재확인되고 있다. 인터넷 게임기업의 매출이 불황기에도 20% 이상 증가하고 온라인 쇼핑, 택배업 등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불경기로 외식 지출이 줄면서 기본 식품류, 즉석조리식품 등 홈쿠킹 관련업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⑤ 低비용 抗스트레스 소비 : 경기악화로 인한 긴장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경제적인 안정 못지않게 스트레스 해소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저가 주류, 카지노, 로또, 자극적 음식 등 저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업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⑥ 高환율에 따른 명암 : 고환율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증대로 백화점 매출이 불황에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자 수의 감소로 해외여행 관련업종은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⑦ 기업 비용절감의 여파 : 생존경영에 돌입한 기업이 판매관리비, IT서비스·설비투자 비용 등을 우선적으로 감축하면서 관련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번 불황기에 내수기업은 적극적인 비용절감 등 나름대로 수비에는 선전했으나 공격은 미흡해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사례가 드물었다. 불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業의 특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불황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경기침체기를 오히려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호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어려울수록 기업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브랜드, 품질, 서비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제공>
정리=김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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