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위기 진정국면 민간부문 회복이 관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아래로 하락했으며 우량 회사채 금리가 5%대로 떨어져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등 자금사정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1% 상승으로 OECD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월평균 2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줄고 있고 수출 또한 20% 가까이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실물지표들이 부진권에서 맴돌고 있다. 올 하반기 한국경제는 회복세로의 전환이 가시적이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에 따른 결과여서 민간부문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주요 경제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올 하반기 경제를 전망을 소개한다.

금융시장 3월 이후 안정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에 타격을 입은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환경 개선과 국내 경기하강세 둔화 영향으로 3월 이후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2008년 큰 폭으로 상승했던 원화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1,500원대부터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와 주식순매수세를 확대하면서 1,300원대 이하로 떨어뜨렸다.
글로벌 금융불안 완화 및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고조 등으로 안전통화 선호현상이 약화되면서 미 달러화 가치도 가파르게 하락중이다.
실물경기 하강속도 완화로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됐으며 4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대비 2.6% 증가,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비스업 생산증가율도 3월의 -1.0%에서 4월에 2.7%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일부 실물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반면, 취업자 감소 폭이 20만명에 육박하는 등 고용시장은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고용시장의 불안이 여전한 상황이다.
금리인상과 관련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채권부장은 “금리 인상은 경기가 회복되려는 조짐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 불안 지속될 듯

1/4분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당초 -0.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7%로 크게 악화됐으며 IMF, Golbal Insight 등 주요기관들이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추진했던 감산, 재고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돼 산업생산의 감소세가 둔화된 점은 긍정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도 최근 발간한 월간 분석 보고서에서 “세계 국내총생산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선진국 경제 대부분이 지난 4월 경기저점에 도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환율 1,150원대 기대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초 이후 크게 하락해 2008년 말 수준인 1,200원대 중반으로 회복됐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97.1엔에서 95엔 수준으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금융사의 수익성 개선과 기대치 이상의 미국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국제사회 공조에 따른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진정됐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민관의 중장기 외화자금조달 성공에 따라 외화유동성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 하반기 환율은 상반기보다 하락한 1,100원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글로벌 금융불안 진정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 약화와 외화유동성 개선, 저평가된 원화가치도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1,500원대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가상승 및 환차익에 따른 이익실현에 나설 경우 환율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외국인들의 투자 포지션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성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일시적인 반등이 있을 수 있으며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세가 주춤해지면 1,300원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은행 최근환 차장은 “수출기업들이 달러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연말쯤 1,15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유가 상승기조 유지

지난해 7월 배럴당 145.29달러를 기록한 국제 유가는 12월31일 36.45 달러로 급락한 뒤 올해 3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 6월 현재 70달러 전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은 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와 OPEC의 감산에 따른 수급 불안에 따른 것으로 지난 3월 중국의 원유수입 규모가 최근 1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요가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현재 40일 수준인 비축량을 3배 이상 증가시킬 방침으로 알려졌으며 OPEC은 지난해 9월 이후 3차례에 걸쳐 총 430만 B/D의 감산을 결정 산유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특히,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등의 금융요인도 유가 상승세 전환에 일조, 최근 3개월간 달러화 가치가 9% 하락한데 비해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39.5% 상승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실물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급증과 지난해부터의 석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 말 유가 목표치를 배럴당 95달러로 제시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수년 내 유가가 100달러 선에 도달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연말 경기저점 통과 전망

국내 경기는 오는 2/4분기 중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조업 재고율이 지난해 12월 129.2에서 지난 4월 100.7로 4개월 만에 28.5%P가 하락, 지난해 하반기 이후 누적된 재고가 올해 들어 급속히 줄어 재고조정에 따른 생산위축이 상반기 중 완료될 전망이다.
또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4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월의 92.5에 비해 1.1P 상승한 93.6을 기록 200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으며 경기선행지수도 2009년 1월 이후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내수경기는 무역수지에 10개월 정도 후행한다”며 “무역수자기 1분기 흑자 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내수경기는 10~11월 저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동성 단기부동화 쏠림 심화

경기부양 및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단기간에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었으나 아직 유동성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3월 기준 본원통화 공급량이 전년 3월 49조6천원에서 32.5% 늘어난 65조7천억원에 달했으나 시중유동성은 오히려 증가폭이 둔화됐다.
이는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돼 단기성 정기예금 및 MMF 등 금융상품으로 집중돼 MMF 설정액이 2007년 말 46조7천억원에서 121조4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단기유동성 공급 확대가 실물부문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금융권에서 맴도는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이 811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해 단기자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광의통화는 전년도에 비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경우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금리인상 보다는 통안증권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별취재팀>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