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하의 퇴직금 중간정산의 적법요건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의류업체는 몇 년 전부터 연봉제를 도입하여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초에 근로자들로부터 퇴직금중간정산 동의서를 받아서 다음해 발생될 퇴직금을 미리 확정해 매달 분할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해고를 당한 직원 한명이 회사를 상대로 4년간의 퇴직금을 지급해 달라며 노동부에 진정을 한 것이다. 회사 측 입장에서 볼 때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직원의 주장에 과연 어떠한 근거가 있는 것일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의하면 퇴직금은 근로자의 퇴직 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퇴직일 전이라도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는 퇴직금중간정산제도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연봉제 임금체계의 일부로서 많이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금중간정산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중간정산 대상기간은 중간정산 시점을 기준으로 기왕에 근로를 제공한 기간만 해당된다. 미래에 발생할 퇴직금을 미리 앞당겨 지급하는 것은 안 되며, 1년 미만 근속 근로자는 법정퇴직금 지급대상이 아니므로 퇴직금중간정산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된다.
둘째,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고자 하는 근로자의 별도의 요구가 있어야 하며, 중간정산금을 매월 분할해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간정산 요구서는 일괄동의의 형태로 받아서는 곤란하며 개별근로자별로 받아야한다. 또한 연봉계약서에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지급한다”라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이 요건을 대치할 수는 없다.
셋째, 연봉액에 포함될 퇴직금의 액수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하며, 매월 지급받는 퇴직금의 합계가 중간정산 시점을 기준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규정에 의해 산정된 금액보다 적지 않아야 한다.
위 사례를 볼 때 이 회사의 경우는 미래에 발생할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퇴직금중간정산은 효력이 없다.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아무리 명백할 지라도 법에서 정한 규정에 위배되면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회사는 이 직원이 주장하는 4년분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단, 기왕에 지급한 퇴직금 부분에 대해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문제는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삼용 노무사·동북아 노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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