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불어온 경제의 한파로 인해 지금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이다 보니 국가간 교역이 감소해 국제교류의 비중이 높은 우리경제는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 어렵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지갑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순환현상이라 좋은 날이 있으면 지금과 같이 나쁜 날도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나쁜 경제상황에서는 당연히 많은 기업들이 ‘기업도산’이라는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며,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반복되었던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 정부는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면 우리 국민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너무 클 것을 우려해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지원을 위한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퇴출돼야 할 기업이 퇴출되지 않는 역선택의 문제로 인해 정부는 ‘玉石’을 가려 제대로된 기업에게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옥석가리기’를 논하며 기업의 구조조정을 거론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먼저, 옥석에 대한 기준이 없다. 기업생태계를 보면 기업은 잘되다가도 한 순간에 망하기도 하며, 간신히 연명하다가도 한순간에 히트상품을 내며 화려한 부활을 하기도 한다.

정부 주도땐 부작용 우려

그런데 지금 글로벌경제위기로 어려운 기업들을 ‘석’이라는 이름을 붙여, 심지어 최근 어느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좀비기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이러한 기업들을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평생 한 기업을 일구며 고용창출과 우리경제의 성장에 기여해온 기업인들을 한낱 돌덩어리로 실추시켜 불명예스럽게 퇴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정부가 ‘옥석가리기’를 거론하면 안되는 이유는 시장은 특히, 은행은 정부가 기업들에게 돈을 주라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니고 주지 말라고 해서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특히 외국계자본에 의해 점차 지배가 확대되고 있는 은행들이 정부의 뜻에 과거와 같이 맹종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옥석가리기’를 거론하며 은행주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되어 은행들, 특히 외국계은행들이 최소한의 사회적책임마저 등한시하며 기업에게 칼을 들이대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즉, 은행들이 우선적으로 가능한 많은 기업들을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구조조정부터 염두에 두고 일처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원활한 퇴출시장 조성해야

정부가 이미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구조조정의 명분을 주었기 때문에 은행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마저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진다.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고 호소해도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에 시장에서는 자연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잘못하면 정부실패만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추진보다는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퇴출시장의 조성에 힘쓰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 1세대는 나이가 많아 경영 2세대에 대한 승계를 준비 중에 있는 기업이 많다. 이러한 기업들을 포함해서 현재 유동성위기를 겪으며,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퇴출될 수 있는 시장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한계기업이나 돌덩어리라는 수모속에서도 수십년간 함께 했던 직원들의 생계 때문에 기업문을 닫지 못하고 구세대적인 방식으로 어쩔 수 없이 기업을 끌고나가는 사장님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정상적으로 은퇴하게 하고, 새로운 마인드와 새로운 경영기술을 가진 경영자가 기업을 승계하게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M&A시장환경의 조성, 기업거래소의 활성화, 가업승계를 비롯한 경영2세대의 교육체계의 구축 등이 정상적인 기업퇴출시장의 조성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을 하나라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호소하고 싶다.

정남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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