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시대적 사명”

“중소기업과 함께 부품국산화는 물론 개발제품의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속할 것입니다.”
협력 중소기업과 상생의 파트너쉽을 실행하고 있는 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체계적인 부품 국산화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자립과 도시철도공사의 경비절감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중소기업을 통한 경영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음 사장이 서울시 교통실장을 거쳐 도시철도공사 사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2005년 9월.
취임초기 입찰을 통한 예산 분배식 조달체계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배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그는 성장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도록한 것이 중소기업과의 인연이됐다고 털어놓았다.
대학교수, 연구원, 신문기자, 교통전문가를 거친 음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들도 끊임없는 기술개발 결과 해외 유명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5~8호선에서 쓰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종류가 34가지나 됩니다. 수입된 부품이 고장 날 경우 부품을 사러 외국에 가야하는 형편입니다.”
음 사장은 턴키방식의 입찰결과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사업을 수주한 대기업은 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오거나 중소기업에게 하청을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다보니 유망 중소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음 사장 자신도 서울시에 있을 때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에 따라 148개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 설치와 관련 음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시장조사 결과 스크린도어의 핵심기술인 스크류 방식의 구동장치, RF시스템 등은 국내 생산이 전혀 안돼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야 할 상황이었다.
향후 2~3년 내 1,600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을 대기업에 맡기면 수입품을 조립·설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스크린도어의 핵심기술을 국산화 할 업체를 찾아 나섰다.
시장이 열리자 저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확실한 시장이 생긴다는 신뢰가 중소기업에게 전해지자 2~3년 걸릴 기술들이 6개월 만에 개발되는 성과를 거뒀다.
음 사장은 개발능력이 없어 국산화가 안되는 게 아니라 물건을 팔 시장이 없어 중소기업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밝힌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경쟁업체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도입과정에 특혜가 있다고 트집 잡아 감사원, 서울시로부터 6개월 이상 감사 받았습니다.”
특혜시비가 정리되자 음 사장은 핵심기술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에게 스크린도어 설치를 전적으로 맡겼다.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제 확대…中企판로 열어
이렇게 시작된 중소기업과의 제휴는 철도차량분야에만 33개 업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산(資産)이 되고 있다.
음 사장은 스크린도어 국산화에 이어 최근 철도차량 부품 표준화에 시동을 걸었다.
30년 이상 된 열차도 부품만 제때 교체하면 운영이 가능하지만 노선별로 차종이 다르고 부품이 호환되지 않는 것은 물론 정비, 기관사 또한 전환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비용낭비를 개선하기 위해 음 사장은 4개 차종을 비교, 우수부품을 선택한 후 이를 기준으로 표준화를 통한 국산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선택된 표준부품 역시 중소기업이 개발에 적극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둘 생각입니다. 표준부품을 사용할 객차 리모델링 시장 또한 만만치 않아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안정된 수요처가 새롭게 생길 것입니다.”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음 사장은 해당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성공, 생산에 들어갈 경우 70%의 선급금을 지급해 자금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여기에 서울도시철도공사 납품실적을 근거로 타도시철도로 판로를 넓히고 해외시장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단순히 수입품을 조립,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해당분야의 핵심기술을 갖춘 내실 있는 중소기업이어야 한다.
이같은 중소기업들이 발굴될 경우 오랜 기간 동안 파트너로서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동반성장 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공기업 사장으로 드물게 연임한 음 사장은 공기업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초 낭비성운영을 줄이기 위해 그는 에너지절약추진단을 신설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자연풍을 이용한 환기시스템, 전동차 감속·제동시 발생되는 발전전기를 후행열차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시스템과 맞춤형 냉·난방실 운영 등으로 한해 수백억원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이같은 경영마인드를 바탕으로 최근들어 지하철 역사를 지역주민의 복합 쇼핑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음 사장은 특징 없는 8백개의 매장을 3천개로 늘리고 품목 및 시설고급화를 통해 지역 중심상권으로 형성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신라명과, 미샤 등 중견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중점적으로 유치했고 서울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는 백화점 수준의 집단상가를 이미 조성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음 사장은 “전체 국민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며 “협력 중소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나영운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