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적 골목상권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는 최근 인천 옥련점 오픈 연기방침을 밝혔다. 이는 대형마트로 타격을 입은 주변 소상공인들이 동네상권까지 독식하려는 SSM에 대한 반발 때문.
이번 옥련점 개장 보류 결정으로 내년 2월까지 전국에 30~40개 신규 매장을 내려던 홈플러스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진출에 따른 지역상권 붕괴를 경험한 지자체들도 SSM 확산만큼은 막아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SSM과 대형마트의 입점제한을 위해 도시계획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형유통업계 SSM에 눈독=대형유통업계가 SSM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최근 2~3년 새 대형마트 신설에 따른 비용증가 및 시장포화에 따라 수익구조가 나빠지면서부터.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385개 대형마트가 영업 중이며 3%대에 달했던 매출액 증가추세가 2002년을 분수령으로 2%대로 낮아지고 있다. 또 점포당 매출액도 2003년 780억원을 정점으로 하향추세로 접어들어 SSM시장으로 눈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 비해 입지선정 및 비용부담이 자유로운 SSM 시장을 틈새전략 삼아 상위 3개사의 기업형 SSM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SSM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156개, 롯데슈퍼 135개, GS슈퍼 118개 등 409곳이 영업중이다. 또 올해 안으로 이들 3개사가 150개 점포를 신설하는 외에 신세계 이마트가 4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지난 4월 SSM진출을 공식선언 했다. 대형마트 등장이 재래시장 쇠락을 초래한 전례를 감안하면 SSM이 현재와 같이 급팽창 할 경우 동네상권 몰락은 시간문제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업형 SSM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기업형SSM 3사가 진출한 전국 54개 SSM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네 슈퍼 등 소상공인 79%가 SSM 입점 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인의 일일 평균 매출액을 SSM입점 전과 비교할 때 34.1% 감소했으며 평균 고객수도 36.7%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상가권리금도 평균 22.5% 줄어들었으며 반면 부채는 16.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영상태와 관련 소상공인들은 현상유지(58.3%)나 적자(39%)라고 답했으며 흑자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SSM 입점에 대한 생존전략으로는 전체의 68.3%가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배달서비스(22.7%), 가격인하(13.7%), 마일리지 서비스(12.3%)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SM과의 경쟁이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소상공인들이 60.6%에 달하고 경영난이 심화될 경우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경우도 60.7%나 돼 영업시간 규제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소유통업 양극화 심화=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대형 유통점이 급속히 성장한 반면 재래시장 및 중소유통업은 침체돼 대·중소 유통업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0년 26조2천억원에서 2008년 49조4천억원으로 8년간 23조2천억원 88.5%가 늘었다. 또 최근 4년 동안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9조2천억원 증가한 반면 같은기간 동안 재래시장 매출액은 9조3천억원이 줄어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고객을 잠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05년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조6천억원은 재래시장 평균매출액 197억원과 비교할 때 130개 시장이 고사된 결과라는 게 중소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전체시장수도 2005년 1,660개에서 2008년 1,550개로 110개가 줄었으며 같은 기간 점포수도 31,871개가 줄어들었다.
■해결방법은 없나=중소유통산업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영업활동과 SSM 출점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소상공인들 요청이다.
특히 1000㎡ 이하 기업형 SSM은 아무런 제한 없이 주거지역까지 진입이 가능토록 돼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국가에서 일요일 영업제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할인점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장호 숭실대 교수는 “유럽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규제를 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유통점 출점에 대한 의견 조율은 상인조합이나 민간협회 등에서 지역단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종문 남서울대 교수는 “대형마트 시장 포화가 전체 유통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SSM 확산을 놔둔다면 단기간 내 포화상태가 예상되는 만큼 유통산업 균형발전차원의 정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 원종오 충북청주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1일 충북경실련 회의실에서 삼성테스코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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