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가?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장벽을 돌파해 3만 달러 시대에 도달할 수 있는가?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 정부는 필요한 제도적 환경을 만들고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한국이 많은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치적 자유는 극대화된 반면 경제적 자유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튼 프리드만은 ‘경제적 자유 없는 정치적 자유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경제적 자유의 기본은 직업선택, 거주이전, 경제활동의 기회 제공 등인데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주택마련도 어렵고 사업기회도 감소하는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가정신이란 ‘있는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활동이다. 괜찮은 일자리 제공이 인간다운 삶, 인권의 기본이라는 사실이 재인식 돼야 한다. 경제규모의 확대와 경쟁력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라는 공감대 위에 강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재도전 가능한 환경 조성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 시키려면 첫째,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다. 시장확대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정부가 혁신분야에서 시장 창출의 선도기능을 해야 한다. 혁신제품에 대한 정부구매의 폭을 넓히고 해외진출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의 지속적인 확대와 함께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개발원조(ODA)를 확대해 중소기업 진출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과거 한국 대기업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신용창출과 위험부담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해외진출, 선박수출, 외자도입 등 정부의 역할이 지대했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에 대한 초기 시장형성 정책이 필요하다. 혁신시장 창출에 대한 실적에 따라 공무원의 업적평가와 승진에 반영해 공무원들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둘째, 실패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미국이 기업가 정신이 활발한 것은 실패 후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문화와 시스템 때문이다. 수년 전 EU에서 ‘왜 유럽에서는 빌 게이츠가 나오지 않는가?’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핵심은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사회제도와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최근 덴마크나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 들은 실패에 대한 관용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혁을 실시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시도하도록 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려면 파산제도와 보증제도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준비된 기업가 육성해야

셋째, 기업가로서의 준비성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준비 안 된 창업’이 너무 많다. 충동적 창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창업을 쉽게 생각하고 일단 시작하고 부딪혀 보는 스타일이 많아서 사업에 대한 기본 지식과 역량 부족으로 인한 실패확률이 높다.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예비 기업인으로서 지식, 태도, 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준비된 기업가 육성을 위한 교육, 훈련체계가 정비돼야 한다.
넷째, 공정거래 질서가 정착돼야 한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불균형 속에서 일방적 관계로 인한 피해사례가 많다.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각 지대에서 한계적 생존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4대 영역에서 과감한 제도혁신이 이루어져야만 기업에 대한 사회의식과 행동이 변화할 수 있다. 한 때 기업인의 신화가 젊은이들에게 도전의식을 주었고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유망한 미래 기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입시에 우리 사회의 기업가 양성 의지를 반영했으면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로 최근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미래 기업가 트랙’을 넣거나 CEO 입학사정관을 활용해서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높고 기업가적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일부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빌 게이츠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가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잠재적 기업가 풀을 확대하고 그들에게 역량강화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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