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비쳐지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1950, 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잘 아는 외국인은 매우 적었다. 설령 좀 아는 사람일지라도 6.25동란으로 같은 민족끼리 싸운 나라, 지지리도 가난한 나라 정도로 생각했다.
1980년대 무렵에는 비록 군부가 지배한 권위주의 통치기간이었으나, ‘한강의 기적’ 즉 고속성장을 통한 신흥공업국으로 명성이 났다. 88올림픽을 통해 코리아가 더 크게 알려졌다.
20세기말에 와서는 외환위기에 빠져 일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제품은 물론,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화학제품이 세계시장을 누비고, IT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북핵 때문에 반사적 불이익을 당하고, 국회의 파행과 같은 후진적 정치행태가 외국 언론의 조롱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나라로 꼽힌다. GDP의 순위는 비록 15위로 후퇴했지만, 수출 순위는 올 상반기에 9위권에 진입했다.

‘히든 챔피언’ 육성 시급

세계 어느 공항 주변을 가나 한국의 기업 간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우리의 음식과 드라마 등, 이른바 한류(韓流)열기가 가득하다. 불과 반세기만에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국격(國格)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기술력이 가장 높은 비중(12.0%)을 차지하고 있다. KOTRA가 산업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베트남 등 25개 주요 교역국의 4,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대단히 기쁜 일이다. 휴대폰, TV 등 각종 IT제품과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이러한 평가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삼성, LG, 현대, SK 등 대기업집단의 상표로 팔려나간다. 세계의 소비자들은 어느새 한국계 다국적기업들의 브랜드에 익숙해져 있고, 이것 때문에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 거대기업의 기술력과 R&D활동, 마케팅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이와 동시에 세계 일류상품이 수출될 수 있도록 묵묵히 그 뒷바라지를 해온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기술력과 품질개선 노력도 응분의 인정을 받아야 될 줄 안다. 하청 중소부품업체의 협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대형 조립생산업체의 영광과 번영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中企 존경받는 사회를

KOTRA가 지난 7월 발간한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제품들’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우량 중소기업들, 말하자면 ‘히든 챔피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주요 수출시장 20개 나라에서 선전 중인 31개 중소기업제품의 특징을 분석해 보면 신기술과 신제품의 개발, 현지화 마케팅,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요약된다.
여기에서 일일이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5대양 6대주를 높은 기술력으로 파고드는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많음에 강한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희망과 비전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대기업과의 상생협력관계를 강화하고, R&D투자의 확대와 원천기술의 개발에 온갖 정열을 쏟는다면 기술입국(技術立國)의 꿈도 곧 실현될 것이 틀림없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공계와 엔지니어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회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인문계와 관료, 사(士)자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편견이 시급히 해소되어야 과학기술대국으로의 웅비가 가능하다.
일본의 유명한 컨설턴트 오마에겐이치(大前硏一)박사도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려면 중소기업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래야 젊은 인재들이 기꺼이 중소기업을 찾고, 꿈과 야망을 갖고 창업에 나설 것이다. 기술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바로 선진국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인들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져야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동등 내지 우위에 설수 있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하겠다. 모기업과 세계의 수요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찾아오지 않을 수 없는 매력과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히든 챔피언’의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심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전문 기술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장인정신이 요망된다.

최 용 호
(사)산학연구원 이사장·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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