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가 2006년 2월 협상을 개시한지 3년6개월 만에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정식 서명했다.
이번 CEPA 체결은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BRICs 국가와의 첫 자유무역협정으로 기록된다.
이번 CEPA는 한국이 이미 체결한 FTA에 비해 개방 폭이 85%로 작고 관세 인하기간도 8~10년으로 개방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인도 CEPA는 인구 12억의 세계 4위 구매력을 갖은 인도시장을 일본 등 다른 경쟁국들 보다 먼저 진출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최근 5년간 연평균 8% 이상 성장하면서 수입규모가 연간 20% 이상 급신장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반면 인도는 무역수지가 막대한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중심의 제조기업 유치가 절실한 상황으로 국내 기업들은 인도를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시장진출을 위한 제조기지로 활용하면서 인도 내수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어떤 내용이 포함됐나=상품양허 부분에서 금액기준 한국 수출품의 38.4%(15억달러), 수입품의 63%(12억 달러)에 대해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품목수 기준으로는 수출품목의 3.9%(202개), 수입품목의 60.6%(6,824개)가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5년 또는 8년 안에 한국의 수출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3,537개 품목(67.6%)이며 수입품목 중 5년 또는 8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3,360개 품목이다.
한국의 10대 수출품 중 ‘자동차 기타 부분품’과 경유를 제외한 8개 품목은 즉시 또는 8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이번에 체결된 CEPA는 상품 교역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과 투자부문의 장벽을 낮추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영컨설턴트 등의 인도 전문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전망이다.
□관세인하로 대인도 수출증대 기대=한국과 인도의 CEPA 체결로 인도시장 수출이 전체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 1위 수출품목은 자동차 부품으로 13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위는 선박류로 5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정보통신기기로 제로 관세율인 무선전화기 등을 제외하면 주요 수출상품이 모두 관세인하 품목이 될 전망이며 석유제품, 철강 등도 1억7천만달러 이상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경우 주요 수입품목의 수입관세율이 낮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한국의 대인도 수입 최대품목은 나프타로 지난해 총 수입의 59.1%인 38억9천만달러어치를 수입했지만 나프타의 수입관세율은 1%에 불과해 수입증가는 3700만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참깨, 사료용 옥수수 등 농산물 및 순면사는 양허대상에서 제외돼 수입증대 효과는 없을 전망이며 개성공단제품에 대한 특혜관세가 적용돼 개성진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인도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중간재, 부품, 소비재의 수입률이 높아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산 부품의 관세가 인하될 경우 현지 진출 제조업체의 가격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그러나 관세인하 속도가 더디면서 수출증대효과는 시간차를 두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수출유망품목과 진출전략=한·인도 CEPA 이후 수출유망 분야로는 ▲기계류 ▲철강 및 비철금속류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화학제품을 꼽을 수 있다.
기계류는 제약기계, 산업용보일러, 산업용 밸브, 건설장비가 유망하다. 제약기계는 산업성장에 따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며 부품수입선 다변화 및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경쟁제품군을 중고급 제품군으로 특화시키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용 보일러와 밸브는 제조업 성장에 수반한 수요가 증대될 전망이며 현지 에이전트 선정을 통한 유통경쟁력 확보와 신속한 배송, 국제인증 획득을 통한 품질과 이미지 향상이 관건이다.
건설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건설장비는 품질개선 및 A/S관리에 따른 경쟁력 향상과 프로젝트 수주기업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판매 에이전트 선정이 중요하다.
철강제품으로는 열연·냉연·도금강판과 아연 제품 진출이 유망하다. 이는 각종 건설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세 지속과 국산제품의 높은 경쟁력 때문이며 고급제품군에서는 품질경쟁력을 강화하고 무역구제조치와 잦은 제도변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또 아연제품의 경우 해당 산업계의 보호요청이 예상돼 적절한 수준의 물량 조절도 필수다.
전기전자 제품의 경우 도난 및 화재경보기 수출이 유망하다. 이는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고 10%의 고관세 품목이기 때문이며 UL 등 국제인증 획득과 A/S망을 갖춘 딜러 또는 에이전트의 선정이 중요하다.
자동차 부품으로는 차량용 디젤엔진의 경우 한국기업의 대인도 수출 주요품목으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 차원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며 인도 현지 완성차업계 등으로 공급처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화학제품에서는 타이어와 페인트가 인도 수출이 유망하며 타이어는 OEM 및 교체수요로 페인트는 인프라개발 촉진 및 주택경기 호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이어 제품은 현지 딜러망 확충과 재생타이어 시장확대도 동시에 검토해야 하며 페인트 제품은 건축용 수요에 맞춰 시장을 개발하고 기존에 딜러망을 보유한 업체를 활용해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인도 시장 상황은 어떤가=세계 2위 인구대국인 인도는 장차 중국과 더불어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다. 12억명의 인구와 구매력 평가 기준의 소득은 세계 소득의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고도성장을 통해 중국과 함께 향후 세계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의 교역규모는 지난 2002년 26억달러에서 지난해 155억 달러로 5배 가량 늘었다. 대인도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자동차 부품, 휴대폰, 석유화학제품 등이며 주요 수입품목으로는 나프타, 면사, 금속광물 등 기초 원자재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19번째 투자대상국인 인도는 최근 5년간 투자금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2억9천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투자 증가 기대=인도는 투자 잠재력이 높지만 실제 투자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시장잠재력과 저렴한 생산비용이 장점이기는 하지만 투자신고건수 대비 신규법인건수는 전체의 40% 미만으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진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인도의 규제와 투자보호제도 미흡에 따른것으로 이번에 체결된 CEPA가 발효되면 투자보호제도 강화에 따른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투자가 금융, 영상서비스 등 타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며 현지에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추가적인 투자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현지진출 조립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현지진출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쉽게 될 것으로 전망돼 동반진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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