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취지 기재에 대한 작성의 구상 내지 작성이 끝났다면 이제는 청구취지에 기재된 청구가 무엇인가를 특정 하는 즉, 청구취지의 근거가 되는 청구원인을 작성해야 한다. 청구원인은 원고가 제기하는 소송에서 그 청구를 발생시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청구원인은 각 청구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일 수밖에 없어서 청구취지와 같은 정형화된 틀이 없다. 따라서 청구원인이 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어느 범위까지, 어느 정도로 기재 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청구원인도 청구취지와 마찬가지로 소의 유형에 따라 그 작성방법이 달라진다. 예컨대 확인의소 경우에는 청구취지의 기재자체에 의해 청구인 소송물이 특정된다. 예를 들어 “2002. 3. 5 체결된 원·피고간의 소비대차계약에 기한 금 30,000,000원의 대여금채권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고 청구취지를 기재한 경우에는 청구취지에 청구원인 발생 사실까지 표시됐다고 볼 수 있으므로 청구취지 외에 따로 청구원인의 기재가 없어도 소송물이 특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경우에도 청구원인 사실을 기재해 청구취지 기재의 소송물을 특정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즉 위 사례의 경우 청구원인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0원을 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변제할 것을 청구하고 있는 점, 그러나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 돈을 빌린 사실은 있으나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면 ‘없다’고 표시) 어떤 사유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점, (예컨대 소멸시효 완성에 따른 채무의 소멸 또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무면제 등)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부존재하므로 그 부존재함의 확인을 구한다고 적으면 된다.
그러나 이행의 소 또는 형성의 소에서는 청구원인의 기재에 의해 청구취지 기재의 소송물이 특정되므로 청구원인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재해야 한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이행의 소인 대여금청구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가령 상인 간에 또는 원·피고 중 어느 일방만이 상인인 경우 원고가 피고에게 상행위를 이유로 일정 금원을 대여했는데 채무자인 피고가 위 약속한 변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변제치 아니하는 경우를 보자. 우선 원고 또는 피고 둘 다 또는 일방이 상인인 점을 밝힌 (이를 밝혀야만 상법상 적용되는 법정이율을 청구 할 수 있음은 물론 그 밖에 특별히 상법에서 인정되는 여러 실체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다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는다. 즉 “원고는 의류 등을 제조, 판매하는 상인 (회사)으로서 피고에게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금원을 대여한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적은 후 ‘아래’에 대여한 금원은 얼마이며, 변제기는 언제이고, 이자약정을 했다면 그 이율은 얼마인데, 변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재까지도 변제치 않고 있으므로 당해 소의 제기에 이르렀다고 적으면 된다. 이 청구원인을 법개념적 용어로 풀어 보면 우선 소송당자의 지위는 상인이고 따라서 상법의 적용을 받으며, 원·피고 간 상법상의 소비대차약정에 의한 금원의 수수가 있었으나 피고가 이를 변제기에 변제치 않고 이행지체 즉 채무불이행을 하고 있다. 따라서 결국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 대여금원을 임의 변제받기는 불가능 하거나 또는 곤란하다고 생각해 피고에 대한 급부이행 청구권을 행사, 즉 소에 의한 강제이행을 구하기 위해 소에 이르게 된 것이 된다.
이렇듯 청구원인이라는 것은 법적개념인 청구권원을 사실관계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청구원인을 기재할 때 소를 제기하는 원고로서는 법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당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사건(사실)경과의 흐름에 따라 적으면 된다. 이렇게 소장의 원인사실을 기재해 주면 법원으로서는 원고가 기재한 사실에 터 잡아 법을 적용해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한편 원고가 사실관계에 따른 법률효과를 법적 개념을 이용해 기재했다고 해도 법원이 이에 구속되는 것도 아니다.

곽 순 만 (금강(주) 법무실장·한국중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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