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면 모두 하나 같이 기업하기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그중 많은 이들은 심지어 허탈감과 좌절감에 빠져 기업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고 울분을 토로한다.
사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이와 같은 심경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벌써부터 공장문을 닫고 중국이나 동남아로 떠나는 중소기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 우리 산업의 공동화도 머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이들이 조국을 등지고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옮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는 기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여기에 정부가 앞장서서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문제만 봐도 그렇다. 중소기업의 절대 다수가 결사 반대하고 있는 이 제도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정부의 저의를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통해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것이 자명하다.
이 제도를 도입·시행함으로써 설령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가 해결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떠 안게 될 치명적인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인건비 상승은 불보듯 뻔한 것이고, 여기에 국내 근로자들과 동등한 권리까지 보장해 주게 되면 인건비 상승이나 생산성 저하 등과는 별개로 합법적으로 이뤄질 투쟁적 집단행동 등과 같은 조직문제가 큰 압박요인으로 작용해 말 그대로 중소규모의 기업으로는 견뎌낼 재간이 없게 될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사람들은 이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는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으로, 이 문제는 엄정한 법집행으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력은 불법체류자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산업연수생들 가운데 일부가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불법체류 동기가 있다고 해서 이들 모두를 불법체류 가능자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근로자의 인권보호 문제도 그렇다. 일부 기업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침해 사례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전체 기업으로 확대해서 모든 기업이 그런양 문제화해서는 안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문제 역시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현행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보다 현실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권문제 현 제도로 해결 가능
사실 93년에 도입해 지금까지 10여년간 운영해온 ‘산업연수생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보장하는데 큰 손색이 없게 보완됐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폐지하고 효과가 불분명하고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패와 직결된 각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 확실한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고집하는 노동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중소기업계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철회하고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절대 선호하고 있는 현행 산업연수생제도를 유지해, 생사의 기로에 허덕이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막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향후에는 현 산업연수생제도를 한층 보완해 확대·시행한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체류자 및 외국인근로자의 인권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부족한 인력을 큰 부담없이 확보·활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 등에 의해 국내외의 경제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그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업의 감원 및 도산 그리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사회의 불안요인이 증가하는 이때에,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고 경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중소기업하기 정말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영배(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