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흔히 활력 있는 다수(vital majority)로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보면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내수부진으로 판매난이 가중되고 제도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를 보면 소비와 투자의 위축, 물가상승에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IMF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의 양상마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살얼음판 같은 경기 분위기
이를 반영해 중소기업정책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서는 금년에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덜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용보증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창구에서 보증상담을 해 보면 많은 중소기업이 그들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곤 한다.
경기도 하남에서 제조업을 하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은 최근 경기분위기를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도처에 산재하고 있는 위험요인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이란 늘 위험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경기가 좋다고 해도 중소기업에 내재된 위험과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불황기에서도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면 이를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적 순환처럼 경기에서도 회복, 상승, 침체,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문제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주어진 순환국면에서 이를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가느냐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면에서 요즘과 같이 높은 위험과 불확실성하에서 중소기업 경영자의 탁월한 선택이 더 높은 이윤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가 있다.

위기가 곧 기회
미국 시카고 학파의 한 사람인 나이트라는 경제학자는 위험과 불확실성이야말로 기업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현상이며 이것이 경제사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기업가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며 이것이 없으면 어떤 이윤도 얻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위험이란 경험적으로 확률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불확실성이란 확률을 구할 수 없는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
즉 위험은 예측할 수 있고 계산 가능한 변화인데 비해 불확실성은 계산이 불가능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가는 이 위험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그 대가와 부담에 대한 보수로 기업의 이윤이 창출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높은 위험과 높은 불확실성이 더 높은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이유일까? 경제학에서는 기업가를 모험과 위험을 즐기는 위험애호가(risk-lover)로 정의한다.
기업가는 안정되고 순탄한 삶보다 기꺼이 모험에 뛰어들어 위험과 불확실성을 즐기는 사람, 그래서 이윤을 창출하고 이것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세인들로부터 기업가가 존경받는 이유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오늘의 상황이 어쩌면 그 기회일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중소기업이 활력있는 다수로서 우리경제의 부를 창출하는 중추적인 엔진이 되었으면 한다.

최길현(신용보증기금 고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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