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단계에서는 세계경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L자형의 불황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이러한 L자가 언제 완만한 U자 형으로 전환하게 될 것인가가 모든 국가 정책당국에게 초미의 관심사이다.
U자 형태의 불황 탈출을 예견하여 모든 국가들이 준비하는 정책이 바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다. 경기회복을 알리는 U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면,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회복 과정에서 발생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 통화정책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가계 및 기업의 대출 금리는 상승하게 되어, 가계 및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금융비용이 높은 기업은 채산성이 악화되면, 금융권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될 수 있다.
출구전략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의 출구전략의 범위 및 속도도 달라야 한다. 미국발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각 국가의 통화 공급 증대 패턴이 미국과 전혀 다른 구조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차이를 간략히 비교해 보자. 2008년 9월 리만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연방은행의 본원통화가 2008년 8월 8,402억달러에서 9월에는 9,051.6억달러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정책금융 축소에 대비

이러한 급격한 통화량 증가는 계속돼 2009년 1월에는 17,053억달러로 2008년 8월에 비교해 4개월만에 102.9% 이상 증가하게 된다. 2009년 7월 본원통화가 16,662.4억 달러이므로, 아직도 지난해 8월 보다 98.3%나 높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버냉키 총재의 지난 7월 17일 월스트리트지 기고문 제목이 ‘연방은행의 출구전략’이 되면서, 미국은 출구전략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본원통화 공급량을 보면, 통화공급을 책임진 연방은행 총재의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본원통화 공급량은 평잔 기준으로 2007년말에는 전년 대비 16.5%로 증가하지만, 2008년에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다. 한국은 2009년 초반에 본원통화의 증가율 폭이 증가해, 2009년 1월에는 64조406억원으로 전월 대비 27.4% 증가하면서, 2월에 전월 대비 20.0%, 3월에 전월대비 32.5%까지 증가하다가, 4월에 전월대비 21.1%, 5월에 전월대비 19.0%로 감소해 가고 있다.

재무구조 재점검해야

특히 한국의 본원통화는 2008년 8월말 53조3039억원에서 2009년 5월 60조825억원으로 9개월 동안 12.7% 증가하고 있어, 미국의 본원통화 증가율 보다 훨씬 낮다.
본원통화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차이가 발생 하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은행 총재가 출구전략을 언급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개발연구원, 기타 연구기관들은 곧장 한국의 출구전략 보고서를 쏟아낸다. 그리고 모든 언론이 앞 다투며 출구전략을 보도하고 있다.
경제상황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미국발 출구전략에 지나치게 동조하기보다 한국경제 상황의 구조를 좀 더 세심하게 분석하는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에 요구되는 출구전략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에서 출구전략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경제주체들은 경기회복 국면이 확인되면 한국은행도 금리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취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회복 국면에서 금리는 얼마나 오를 것인가? 한국은행 현행 기준금리 2.0%에서 2009년 3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6.31%이며, 2008년 상반기 기준금리 5.0%에서 중소기업 가중평균 대출금리가 약 7.39% 수준인 것을 고려해 보면, 향후 한국경제의 출구 전략 이후 가중평균 금리 수준도 7.3~7.6%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낮지만, 기업대출의 시중 금리는 이미 유동성 위기 이전 수준에 와 있다.
특히 경기가 회복될 징조가 보이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지원됐던 정책금융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이미 그러한 정책 기조가 실행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정책금융의 급격한 축소의 출구전략에 대비해, 중소기업도 사전적으로 재무구조를 점검해 대응책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 종 욱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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