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보금자리주택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짓는 공공분양주택 및 장기임대주택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서민 주택지원 정책으로 최장 20년간 전세를 보장하는 임대주택은 물론 근린 시세의 70%이내에 분양하는 중소형 주택도 매우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적극적인 보금자리 주택을 들고 나온 것은 그동안 정부가 지원해온 서민주택정책이 형식적인 지원에 그쳐 교통이 불편한 미분양 아파트를 전환해 사용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외곽지역에 짓는 아파트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외면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현장과 고객 지향의 서비스 행정이 경영마인드와 결합해 실질적인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교통과 환경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 매우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장기임대주택보다도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인다고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이같은 보금자리 주택의 열기에 힘입어 새롭게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영세업자들을 위한 보금자리 공장도 추진하라는 것이다. 물론 아파트형 공장과 같이 교통접근성이 비교적 양호한 곳에 최소규모의 생산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현재의 자금지원만으로도 충분할 지도 모른다.

기존 산업단지 새롭게 재편

그러나 정부의 아파트형 공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생산중심의 영세 중소업자들보다는 벤처형 소프트웨어산업을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실질적인 전통산업의 영세업자들에게는 입주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세 제조업체들에게 아파트형 공장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실질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가부담을 이기지 못해 그 비싼 땅을 깔고 앉아 사업을 하느니 땅을 팔아 은행에 넣고 이자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기업을 농촌으로 옮기거나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가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옮기지만 수요처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 영세업자가 비싼 물류부담을 물어가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오른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해 폐업한 공장들로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많은 산업단지들이 흉물스런 단지로 전락해가고 있다. 산업단지가 비싼 땅 값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세中企에 공장 제공해야

포장뿐인 장기임대주택을 대체해 실질적인 서민의 부담을 덜어준 보금자리 주택과 같이 영세중소제조업체를 위한 보금자리 공장을 제시하는 것도 이같은 죽어가는 산업단지를 살리고 영세업자들의 안전한 생산기반을 장기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라 할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중소업체들이 장기적으로 보면 영업이익률은 제로에 가까운 반면, 지가상승으로 인해 그나마 장기적인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겠는가? 기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이같은 고정비용으로서의 지나친 지가부담이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도자유구역을 포함하여 정부는 알짜배기라고 생각되는 땅이면 외국기업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지어는 외국기업들에게 사놓기만해도 돈을 번다는 식으로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용지를 강조하는 경우까지 있다하니 기업들이 지가를 노리고 투자하라는 말은 아닐진대 분명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잘못된 정책이라 할 것이다.
외국기업에게는 저렴한 용지‘분양’보다도 안정된 장기간의 저렴한 ‘임대’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단기적인 이익의 극대화를 기본으로 하는 외국 CEO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물며 인건비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영세제조업자들에게 높은 지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묘책이 하루속히 나와야하지 않겠는가?
서민을 살리는 보금자리 주택과 같이 영세 제조업체들을 위해 죽어가고 있는 산업단지들을 새롭게 재편하는 보금자리 공장에 대해 보다 진지한 검토가 있기를 희망해본다. 접근성이 뛰어난 기존의 산업단지들도 살리고, 높은 지가로 인해 폐업으로 몰리고 있는 중소업체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는 보금자리 공장이야말로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한국의 중소업체들에게 새로운 부활의 아침을 약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용 록
인하대 교수·경실련 중소기업위원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