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허와 관련된 두 가지의 뉴스로 인해 우리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부터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우는 미국의 인텔렉추얼 벤처스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무려 16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요구하면서 특허침해소송의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기업이 우리나라 주요 대학의 교수들과 특허아이디어 협약을 맺고 특허권을 사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대학의 기술이 특허괴물의 손에 넘어가 우리기업들의 목을 옥죌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는 1993년부터 쓰이기 시작했지만 1998년 테크서치라는 회사가 인텔을 상대로 5억 달러의 특허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했을 때 인텔측 변호사가 테크서치를 비난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특허괴물이란 상품의 제조나 판매는 하지 않고 특허만 보유해 사용료를 주 수익으로 삼는 전문기업을 의미한다.
최근 이들 특허괴물들의 전략은 갈수록 치밀해져 가고 있다. 특허침해가 인지되어도 바로 소송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성공하기를 기다리거나, 국제특허의 국가별 진입을 늦추어 해당기업이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리기 조차 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까지 갖춘 이들 특허괴물들은 일단 법원에서 특허침해라는 판정을 받아내면 항소여부에 관계없이 바로 제조사의 영업정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로얄티 이외에 막대한 소송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특허괴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두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기 소송과 합의를 통해 인터디지털이라는 또 다른 특허괴물에게 수억 달러의 로얄티를 지불한바 있다. 이러한 예는 수많은 예들 중 하나일 뿐이며 이러한 소송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어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특허괴물의 존재는 발명을 장려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 본연의 취지와는 크게 다른 측면이 있다. 오히려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불필요한 비용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특허강국이라는 것이다. 200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반적 발명특허’부문에서 세계 7위를 차지했으며, 최근 발간된 ‘2009 지식재산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별 PCT 국제출원건수에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7908건을 출원하였다.
이러한 특허괴물의 출현이 발명자본주의의 등장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한다면 결국 문제와 대응전략은 우리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기업에는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거의 헐값에 빼앗아가다시피 해왔던 관행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대학에서 보유한 특허기술들은 평가기관으로부터 수억 원의 가치평가를 받아도 정작 수요기업에서는 이 가치의 5%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한국에서는 특허권 자체가 저평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선진국의 기업들은 공격적 특허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기업들은 지나치게 방어적이었으며 특허는 그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와 같은 무형자산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익숙치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대학과 중소기업의 많은 기술들이 그냥 사장되어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외세의 공격에 대해 너무 감성적으로 접근해 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만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대학이나 중소기업의 특허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리고 대기업은 특허전행에 대해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공세적 자세로 전환해야할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특허전쟁이 항상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인텔렉추얼 벤처스가 1998년 특허괴물로부터 공격을 받고 이를 비난했던 인텔이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설립한 회사라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와 기업, 대학 모두가 이러한 특허전쟁의 시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처절한 특허전쟁이 이제 비로소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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