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나게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도대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제대로 가고는 있는 것일까? 북한 핵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그간 대외관계의 기조를 이뤘던 대미관계는 어떻게 재조정할 것이며, 97년 경제위기 이후 간신히 회복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는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정당, 정부 산하기관과 시민단체,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까지 제각기 의견을 달리 하고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합하고 조정하고자 하는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 현 시국에 대한 새정부의 상황인식과 대처가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닌가 우려가 크다.
몇년전 우리가 겪었던 IMF 경제위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원인을 들고 있지만,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경제위기는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됐으며, 한국의 리더십은 달러보다 더 고갈돼 있다”(1999.12. 12)고 지적한 바 있다.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위기시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어느 사회나 위기는 찾아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그 사회의 리더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어느 사회든 소위 리더의 지위에 있거나 평소 리더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나 현재나 역사적으로 위기의 현장에 불행히도 리더십의 부재가 항상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위기의 순간에 리더의 위치에서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심각한 국론분열 더 큰 위기 초래
일본의 경제학자 모리시마 미치오는 1999년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라는 책에서 일본 경제가 10년째 뒷걸음질치면서 표류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리더십의 부재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웃나라의 예에서 보듯 리더십의 부재는 장기간 그 사회의 정체와 혼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역시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국가적 정체와 혼돈을 겪고 있다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인데, 이 역시 같은 이유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최근 우리 사회의 혼란의 근원이 주로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라는 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 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러한 대외적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가 대처방안을 모색하면서 혼란과 갈등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현장에서 이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 각 분야 지도계층의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쉽게 위기상황으로 발전돼 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국민불안 잠재우는 리더십 아쉬워
이러한 사회적 위기의 누적은 경제위기를 수반하고 야기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위기 상황으로 발전되는 것이 통례이다.
최근 경제 5단체는 이미 현 상황을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운 경기침체국면’으로 규정하고 경제적 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서 경제계 전체의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현 상황에 대해서 정부당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국면은 아니며 지나치게 상황이 과장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중에서 인식하고 있는 불안감과 위기의식 그리고 이에 따르는 심각한 경제침체를 적시에 해결하지 못하면 정말로 심각한 국가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9.11 테러 이후 최근의 이라크전쟁까지 전세계적으로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지구상에서 위기관리자로서의 리더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됐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에서는 정치적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요문제에 있어서 지리멸렬하고 예측불허의 행동을 보여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정반대의 행동으로 우리를 실망시킨 바 있다.
지금 한국은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해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리더십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국정 최고지도자는 고뇌에 찬 신중한 판단으로 신뢰와 언행일치의 수범을 보이고, 여야 정치지도자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국익에 입각한 소신을 표명하고, 정부는 위기관리의 강력한 의지표명과 동시에 국가 장기비전제시를 통해 희망을 주고, 경제계는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실천을 통해 선진 경제체재 구축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보여줘 이라크전 이후 점증하는 사회적 불안과 위기의식을 불식시켜 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새 정부의 직접적인 위기대처 능력 뿐 아니라 위기대처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일이다.

송 광 선(순천향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ongks@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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