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의 청소년들이 팔·다리·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것을 가리켜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뼈의 성장이 급속하게 이뤄지는 데 비해 근육의 성장이 느려서 생기거나, 뼈가 자라면서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골막이 주위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장통은 단지 아이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일정규모의 성장에 이르면 성장통을 겪는다. 잘나가던 벤처회사나 중소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성장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크지 못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이상으로 성장하는 비율이 0.13%에 불과한 까닭이요, IMF 이후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 예로 미국 포천지 500대기업에 우리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15개 수준에 머무르는데 그친 반면 10년 전 전무했던 중국은 29개나 등재시키고 있다.
더구나 GE, IBM, 소니, 마쓰시다, 노키아, 모토롤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추이를 보면 대부분의 기업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성장 정체를 겪었음을 볼 수 있다. 겉보기엔 모두 체계적 시스템과 역량을 갖춘 대기업인데, 이들이 성장통을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10가지 증상’의 저자인 플램홀츠는 성장통을 기업 성장과 역량의 차이에 의해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성장이 거듭되면서 맞닥뜨리는 경쟁자의 수준도 높아지고, 제한된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환경 변화는 기업이 가지고 있던 성장 기반을 퇴화시켜 지금까지 핵심 역량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경쟁자와 비교해보니 큰 차별화 요인이 되지 못하거나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다른 역량의 격차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많아지려면 우량 중견기업, 글로벌 강소기업인 히든 챔피온이 많이 나타나야만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서의 성장통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전략이나 조직관리의 실패에서 성장 정체의 원인을 찾아야한다. 조직이 작고 인원이 많지 않을 때까지는 조직관리를 어느 정도 CEO 성공체험 또는 한 두 사람의 생각에 의해 가능하고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고 인원이 늘어나면 제도와 관리 시스템에 의해서 조직을 관리하도록 달라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십명이 일하던 경험에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중소기업에서는 서비스의 경우 70~100명, 제조업의 경우 200~300명이 넘게되면 이미 CEO 한사람의 관리의 한계(Span of control)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도나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시작해야할 착수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 CEO들은 자신의 성공과 무용담만 이야기할 뿐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장통을 겪은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문제들을 LG 경제연구소에서는 △영양불균형 : 역량 별 사람 등 자원 투입의 불균형 △관절염 : 조직 간 협조와 시너지 실패 △사고의 장애 : 전략 부서의 기능 마비 △시력 감퇴 : 시장 및 고객에 대한 예측력 약화 등을 제시한바 있는데, 개방적이고 빠른 조직을 만들고, 조직과 시스템을 통한 운영상의 미숙을 개선하여 중소기업병을 치유하는 것은 물론 명확한 전략 방향의 설정, 사업부문 및 역량에 대한 자원의 재배치, 제도에 의한 사람과 조직관리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장통은 극복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성장통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장통은 기업 전략의 근본적 변화는 물론 대규모의 구조조정까지 수반할 수도 있는 난치병이요, 성인병과 유사하다.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의 특징은 초기 자각증상이 별로 없지만 자각증세가 보이면 이미 늦고 수술도 안되며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 병이다.
따라서 성장통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성장통의 징후를 사전 점검하여 초기 증세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성인병은 치료이전에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일본 후생성에서는 성인병을 ‘습관병’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성장통도 성인병처럼 치료보다 예방이 최고의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가재산
(주)조인스H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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