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조두순 사건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조두순의 범행자체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또한 그러한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낮은 형량에 분통이 터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형량을 훨씬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사회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구성원이 준수하여야 할 규범이 있는데, 이러한 규범이 잘 지켜지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회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개인은 규범을 어길 때 이익, 만족감 또는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성폭행을 통한 성적만족감, 절도 또는 뇌물을 통한 재산의 획득, 교통위반을 통한 남보다 빠른 통행 등이 그러한 것이다. 한편, 규범을 어길 때 손실 또는 불이익도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즉, 형벌, 명예의 실추, 사회에서의 추방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개인은 규범을 어길지 여부를 결정할 때 그러한 이익과 손실의 기대치를 비교해 전자가 후자보다 크면 규범을 어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대손실이란 발각될 확률과 발각되었을 때 받을 손실의 곱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어떤 개인이 뇌물을 1억 받는 경우, 그것이 발각될 확률이 50%이고 그때 가해지는 형벌이 금전으로 환산해 1억이라고 한다면, 기대이익은 1억원이고 기대손실은 5천만원이 되는 것이다.

규범준수가 경쟁력 좌우

이 경우 이 개인은 기대이익이 기대손실보다 크므로 뇌물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동일한 규범에 대해서도 그것을 어길 때 얻는 기대이익과 기대손실의 크기는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개인마다 서로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발각될 확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발각되었을 때 받을 손실이 높을수록 기대손실은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학적 논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규범준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범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 형벌을 높이고 규범위반에 대한 감시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규범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 이웃 일본의 경우, 부모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규범을 잘 지키도록 자식들을 교육한다. 이는 과거 토쿠가와 막부시대의 막번(幕藩)체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 당시 일본의 평민들은 다이묘(大名)가 지배하는 독립된 사회단위인 번에 속해 사농공상에 종사하고 있었다. 번민들이 번의 규범을 위반해 번에서 추방되면 다른 번에서 정착하여 살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그런 사회체제였다.

기대손실 높여야 법준수

즉 번의 규범을 위반할 때 받는 기대손실은 생존위협과 맞먹을 정도로 매우 높았던 것이다. 그러한 체제 속에서 규범을 지키는 것이 생활화되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전국시대에 오나라의 병법가 손무는 궁중 여성들에게 군사훈련을 실시하는데 여성들의 기강이 해이하자, 그 중 왕의 총애를 받던 한 명을 공개적으로 처형한다. 그 후 이들 여성들의 기강은 확립되었다. 즉 규범위반 시 무서운 형벌을 가함으로써 규범위반의 기대손실을 높인 것이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제갈공명의 읍참마속의 일화도 마찬가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범위반에 대한 기대손실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성범죄, 뇌물, 표절, 불공정거래 등 사회규범 위반에 대해 가해지는 형벌의 수준이 선진국보다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심지어는 그러한 위반이 발견되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등을 통해 위장전입, 표절, 부동산투기 의혹 등이 발견되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기업이 납품 중소기업을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한 경우, 건설업체들이 입찰담합을 한 경우 등등등. 규범준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반에 대해서는 혹독한 제재가 가하여져야 한다. 더 이상 규범위반을 통해 얻는 이익이 그 기대손실보다 크도록 하여서는 안된다.
규범준수의 분위기가 전 사회에 충만할 때 사회 구성원 간에 신뢰가 형성되고, 이러한 신뢰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즉, 규범준수는 경제행위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여주어 기업경쟁력을 높이게 하는 것이다. 프랜시스 후꾸야마는 신뢰가 있는 사회는 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신뢰가 없는 사회는 침체하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사회에 규범준수를 통한 신뢰라는 사회적자본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송 장 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