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은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며 경영환경을 양호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친환경산업으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지원금을 늘린다고 하다가 갑자기 이를 축소하거나 변경하면, 그와 관계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연쇄도산의 위기를 맞이할 뿐 아니라 산업전체의 경쟁력 자체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됨은 물론, 이를 기회로 여겨 진출했던 외국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불신을 초래하게 되고, 나아가 다른 산업, 일반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외자유치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정부의 흔들리는 정책변경, 그것도 국가경제의 기간이 될 수 있는 정책의 기본 방향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상황을 넘어 절망적인 위기의식까지 느끼게 된다. 전 국가경제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추진됐던 혁신클러스터 내지는 지역혁신체계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전 정부의 정책 잘잘못을 떠나 가능한 수용해 발전적 의미에서 추진한다면 오히려 반길 분위기라지만 ‘혁신’이라는 용어조차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모든 것을 바꾸려는 그 정책적 오만감은 풀뿌리 자본주의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에게 생존의 위기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정부정책 일관성 있어야

물론 혁신형 클러스터라고 해야 대도시 외곽의 허허벌판에 산업단지를 조성해놓고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중소기업을 끌어들인 지난 정부의 과오도 크다할 것이다. 말이 특성화, 혁신형이지 실질적으로는 산업 입지조건조차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저렴한 용지 공급만을 강조하며 특성화 분야의 기업으로 채울 수 없는 부지에 한 두 개씩 이질적인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다보니 근본적으로 그 작은 산업단지내에서도 혁신의 협업적 고리는 존재하지 않고 외계인의 산업단지처럼 의존형 경제의 잃어버린 고리 (Missing Link on the Collaborative Eco nomy)가 너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기의 시행착오를 정책의 실패사례로 밀어붙이며 기존의 산업단지를 대신해 그보다 넓은 5+2 광역경제권 특성화 내지는 선도산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추진하려는 광역 클러스터 경제정책이라 할 것이다.

미니 클러스터 지원 절실

분명히 그보다 작은 산업단지조차 유령산업단지가 너무 많고, 기존의 산업단지조차 차별화된 특성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애매모호하게 추진돼 왔는데 한 술 더떠 더 큰 밑그림을 새롭게 그리겠다니, 더 큰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정책환경을 수용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심각한 경영 왜곡현상이라 할 것이다.
다행스런 것은 그래도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그나마 모인 몇몇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비교적 동질의 문제의식을 갖는 기업들간의 미니클러스터 사업이 성공리에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무엇보다 현장 및 성과지향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협업적 파트너와 함께 정책의 효과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그동안 현장경험도 약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도 거의 없는 지역의 대학 교수 또는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돼온 클러스터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벗어나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미니클러스터사업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돼 단계별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할 것이다.
광역경제권을 구축하려는 정부의 정책의도는 참으로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겠으나, 바로 옆의 도시가 전라북도와 남도라는 사실만으로 지역내 협업보다는 서울과의 협업이 선호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자칫 광역경제권 활성화사업이 또다른 옥상옥, 사업구조만 복잡하게 하는 결과가 아니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최 용 록
인하대 교수·경실련 중소기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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