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시내의 가장 번화가는 강북구다. 강북구는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다. 특히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이 아름답다. 흰 피부에 배가 나온 이가 없으며 각선미가 돋보인다. 옷 매무새에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그렇다. 이곳은 서시의 고장 항주보다 더 미인이 많은 곳으로 소문난 지역이다. 안개가 많아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피부가 곱고 대부분 가파른 언덕이라 많이 걷기에 날씬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데다 유부녀들도 아가씨처럼 보인다. 남자들은 여성들의 유혹을 조심해야 할 도시다. 원동백화점 근처에 있는 알타미라 주찬(altamira, 023-67850946)에서 한식을 먹고 강남구의 오래된 호텔에 여장을 푼다.
강남구는 강북구에 비해 확연히 서민적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낯선 도시에서의 마지막 밤. 웬지 한잔 술이 필요하다.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난전 포장마차에서 산성맥주와 고량주를 섞어 마시며 얼큰히 취해 간다. 서빙하는 젊은이의 해 맑은 얼굴이 촉수 낮은 전등 빛에 흐느적 거린다.
다음날, 그칠 줄 모르는 비를 가르며 시내 탐험을 나선다. 중경은 서남지방 최대의 상공업 도시로 심천보다 더 발전되고 있다. 하지만 신흥도시는 아니다. 3,000년 정도로 긴 역사의 향기가 배어 있다. 첫 방문지는 비파산(345m) 공원의 인민 대례당이다. 건물은 생각보다 매우 화려하다. 옥색 유리기와의 대층정, 대홍랑주, 백색의 난간, 반짝이는 금색 등이 아우러진 대형 건물이다. 공산당의 대규모 집회 장소로 중경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공연장으로 이용되는지 안내판이 있다. 문득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이 떠오른다.
비파산 공원 계단을 내려오면서 우산 장사를 만난다. 손잡이 없이 모자처럼 머리만 가려주는 우산이다. 비 맞지 않고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다. 이들의 아이디어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어 중경 삼협박물관으로 들어간다. 1951년 개관해 중경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파국의 수도였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대 문화재와 사천성내 소수민족의 문물 자료 등. 전시물은 12만여 종에 달한다.
하지만 중경의 문화, 역사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니 기대감은 없다. 그러다 관우 동상을 만나면서 눈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유비, 장비등 삼국지나 초한지 덕분에 익숙해진 인물과 당나라의 2대 시인인 두보, 이백의 동상을 보게 되니 흥미가 유발된다. 거기에 이제 익숙해진 장강의 협곡 사진을 걸어 놓고 파국에서 이용했다는 나무를 깎아 만든 배(파인선관), 삼협댐 모형 등. 영문 설명을 읽으면서 역사를 이해하려 애를 써본다.
1층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마치 화폐박물관에 들어선 듯하다. 역대 엽전과 주전의 흔적이 새겨진 돌 파편들, 지전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모여 있는 소수민족의 디오라마는 사람인 듯 착각할 정도다. 세부적으로 복장과 풍습을 보여주고 있다. 2층 전시관에서는 만화, 영화에서 보았던 옛 거리가 친근하다. 푸줏간, 빨래하는 아낙, 물지게를 짊어지고 골목을 누비는 아낙 등. 시간을 거슬러 당시의 풍습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계속)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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