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구(磁器口, ciqikou, 츠치코, 중경시 사평패구)는 시내에서 14km여서 20여분 정도만 가면 된다. 역사의 향기가 가득 배어 있는 자기구는
한마디로 매력이 넘친다. 가릉강변에 위치한 도심 속의 전통마을로 일명 골동품 거리라고 한다. 송대부터 번화한 옛 거리로 17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명나라 개국황제인 홍무제 주원장의 손자인 혜제가 숙부인 연왕(명 3대 황제 영락제)의 반란으로 물러나 이곳 보륜사에서 매일 ‘용은선원’이란 글자를 새겼다 한다. 그래서 용은진이라 불렸다가 후에 도자기 생산지로 이름을 날리면서 자기구가 된 것이다. 과거 이곳은 가릉강 하류의 물자 집산지였다. 청조 말에는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래서 “낯이면 천명이 손을 잡고 밤이면 만개의 등불이 어둠을 밝힌다”는 말로 번화함을 묘사했다. 당시 이곳을 ‘작은 중경’이라고 했다. 항일전쟁 때는 곽말약, 서비홍, 부포석, 파금, 빙심을 비롯한 중국의 문화 명인들이 난을 피해 온 곳이다.
마을은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골목마다 특색이 있기에 꼼꼼히 살피려면 2~3시간은 족히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반질반질 윤기나는 사각진 검은 돌로 깔린 보도. 긴 역사의 흔적이다. 길 양쪽으로 오래된 듯한 목조건물이 이어진다. 대부분 물건을 파는 상점이다.
사천 동부의 전형적인 민가의 특색을 가진 건물들로 주로 도로를 끼고 만들어진 장방형이다. 세 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안쪽으로 주인이 사는 사합원이 있다. 건물마다 대들보와 기둥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창틀이 매우 정교한 것이 특색이다. 옛 모습을 더 느껴보고 싶다면, 상점을 비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민가들인데 집안을 기웃거리다가 나이든 할머니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어 기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어쨌든 옛 향기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길 탐험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 다양한 먹거리, 관광객들과 상인들의 재미있는 표정,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상 등, 재밌는 책을 읽는 듯, 푹 빠져 든다.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의 내복 뒤로 엉덩이가 다 드러나는 모습에 미소 짓고, 골목에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새끼 손가락을 기른 할머니에게 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돋보기를 눈에 끼고 시계의 작은 부속을 꿰 맞추고 있는 시계방 주인에게서 장인정신을 느끼고 골목에서 흙을 던지며 노는 어린아이를 보면서 동심을 되돌려 보기도 한다. 도로에 만들어진 조형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를 곰곰 생각해보기도 한다.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젊은 여인에게 다가가 영어로 말을 붙여보고, 제법 잘한다 싶어 이곳을 소개해달라고 하다가 인절미를 얻어 먹기도 한다. 점집이 즐비해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골목에서 만난 점쟁이. 말도 통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무슨 말을 전달해줄 수 있는지 생각지 않고 무조건 손짓을 한다. 그 골목길에 사찰이 있다. 당나라때 건설돼 지금까지 보전되고 있다는 보륜사가 당시는 그다지 오래된 줄 몰랐다. 홍콩 음료 체인점에서 블랙 커피 한잔 사먹을 수 있어 좋고 향신료 냄새 탓에 거부감 일던 양꼬치 대신 오징어 다리가 훨씬 맛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특히 꽈배기 파는 상점이 많았는데, 유독 한집에만 손님이 줄서서 기다린다. 맛 차이가 얼마나 날까 싶은데도, 한번 소문난 집에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눈치없이 대로변에서 교미하는 한 쌍의 강아지, 포대화상 닮은 동상 뒤에서 강아지 다리 부여잡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여인네, 카메라를 의식한 떡메 치는 총각의 너스레 떠는 몸짓 등.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저 몸짓으로 대화 하는 여행 길.
수없이 많은 사연이 이곳에 흐르고 있을 테지만 그것까지 다 이해하지 않아도 너무나 즐거운 옛 거리 여행인 것이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석식 집으로 향한다. (계속)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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