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경제의 끝모를 불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선진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시작된 불황이 벌써 한 세대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현실이 거듭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 경제 역시 타산지석의 교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일본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 것은 정부와 기업의 혼연일체가 된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적 경제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단기간내에 적절한 IT강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와 같은 전략적 경제구조는 그러나 최근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중요한 문화적 결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결코 창조나 도전이 쉽지않았던 메이와꾸(迷惑)의 두려움으로 결국 한국 경제에 주도권을 내주기는 했으나 일본의 저력은 이제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대응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바로 선단식 재벌위주의 체제에서 개별기업과의 협업적 파트너쉽을 통한 상생협력의 부품 및 소재산업 육성을 들 수 있겠다.
일본의 경우 총 수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엔고 영향으로 급격히 줄었지만 2009년 1월부터 중국, 아시아 신흥공업국 등 동아시아 수출 증가에 힘입어 회복되고 있는 바, 특히 일본의 총 수출은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부품·소재산업의 수출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日, 부품소재 위주 전환

일본의 소재 수출 비중은 지난 2000년 12.8%에서 지난해에는 17.1%,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는 19.1%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부품 수출 역시 지난 3월 이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것이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2007년 849억달러, 2008년 951억달러로 급증했고, 미국역시 같은 기간 동안 197억달러에서 213억달러로 증가해 전체적으로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IT 관련 산업의 경우 최종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지만 소재분야는 66%, 부품분야는 32%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이제 일본이 더 이상 IT강국이 아니라 부품 및 소재 강국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이같은 부품위주의 경제고도화 전략은 경제성장의 정체기에 머물고 있는 일본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일본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장인정신을 강화하겠다는 모노즈꾸리 (物造り)정신으로 이해되며, 이에 따라 최종 가공조립을 담당한 대기업과 부품·소재를 담당하는 중견기업들간에 협업적인 기술축적과 상생협력에 의한 연구개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 사외 연구개발투자비율이 1991년의 6% 수준에서 2007년 14.5%로 증가함으로써 산업내 협업을 통한 기술력 확보를 향후 국가경쟁력의 핵심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中企 경쟁력 지원해야

이렇게 일본 경제가 부품과 소재 위주로 선단식 경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에 비해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황을 틈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외형적으로는 승승장구하는 것 같이 보이나 갈수록 깊어가는 대일의존도 문제와 수지적자문제는 향후 심각한 경제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이 경제성장의 전환점을 돌아 부품과 소재 위주로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기업의 일방적인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가고 있는 한국경제도 심각한 경제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친기업정책이 아니라 친소재 및 부품산업위주로 가야하며 무엇보다 이를 위한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혁신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최근 1인 창조기업 등의 새로운 벤처 창업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는 바, 무엇보다 강조돼야 할 것은 오랜 경험과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었으면서도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지속적인 R&D나 혁신의 도전에 참여할 수 없는 350만 중소기업의 대부분 하청기업들이라 할 것이다. 이들 기업에 의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 할 것이다. 내실있는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지원을 통한 상생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최용록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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