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본능과 사업가의 본능

A사장은 별명이 돌쇠다.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언제나 앞장 서서 돕는다. 친구뿐 아니라 거래처에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에도 그렇고 관계 부처의 공무원에게도 의리를 지킨다.
상대가 잘 되고 있을 때는 별로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가 어려운 처지면, 예를 들어 공무원이나 은행원이 물을 먹고 한직에 밀려 있다 싶으면 예의를 다 한다. 그렇다고 뇌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상대가 기분 아주 좋을 정도로 배려한다.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은 술사겠다, 밥사겠다 하는 사람이 거의 매일 줄을 선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인 사람은 아주 외롭다. 아무도 물 먹은 사람을 찾아주지 않는다. 그럴 땐 설롱탕 한 그릇이 룸살롱보다 더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
그는 사업 초기부터 돌쇠 소리를 들어가며 인맥을 관리했다. 아니 관리했다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그랬다. 이런 경우는 인간적인 본능이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본능이라고 해야 옳다.
A 사장의 돌쇠행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은 IMF 때.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로 해서 그는 부도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지금은 그 어려움을 견뎌낸 토대 위에서 부러워할 만큼 그의 사업은 호경기를 맞고 있다.

힘없는 사람 왜 술 사줘?

B사장은 주고 받음이,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줄 것은 분명히 주고 받을 것은 분명히 받되, 쓸 데 없는 돈을 안 쓰겠다는 사람이다. 그는 상대가 필요한 사람이다 믿으면 그야말로 간이라도 빼줄 듯이 잘 한다.
그러나 자기가 잘 해 주고 있는 상대에게서 어떤 효용가치가 떨어졌다 싶으면 그는 잽싸게 돌아선다. 예를 들어 10여년간 거래했던 은행의 지점장이 잘 나갈 때는 거의 매일 그 은행지점장과 어울렸다. 그러나 그가 은행에서 옷을 벗은 이후 단 한 번도 그와 어울려 주지 않았다.
“필요할 때 필요한만큼의 인사를 하면 그만이다. 새 사람이 오면 그 새사람과 다시 사귀면 된다. 과거의 인연까지 관리한다는 것은 너무 피로하고 비용면에서 손해다.”
물론 A사장처럼 B사장도 사업을 잘 하는 사람이다. 아주 치밀하고 단단하게 사업을 한다. 그래서 물 샐 틈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누구에게 이유 없이 거저 무엇을 주는 일이 없다. 그의 인간관계는 그래서 항상 냉랭하고 사무적이다.

행복할 때 불행을 준비해야

잘 나갈 때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배려하고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은, 특히 대한민국에서의 중소기업은 잘 나갈 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를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는 스릴 있다고 해야 옳지만, 잘 나갈 때 거들먹거리느라고 인간관계를 잘 해 놓지 않아서 손해 본 사람이 많다.
사업은 ‘이게 꿈이 아니냐’ 싶게 좋을 때가 반드시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이 ‘이게 꿈이 아니냐’ 싶게 나쁘게 돌아갈 때도 반드시 있다. 만약 자기는 항상 잘 나가리라고 믿는 기업인이 있다면 지금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행복할 때 불행을 대비해야 한다. 기업인이 행복할 때는 주변 사람들의 호의를 쉽게 살 수 있고 인맥도 다져진다. 그러나 기업인이 불행해지기 시작하면 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업이 잘 되고 기분이 한 없이 여유로울 때 친구를 많이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라. 잘 나가는 사람에게만 잘 해주지 말고, 다 끝났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가슴을 열어야 한다.
A사장처럼 돌쇠가 되는 것이 B사장처럼 약아빠졌다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훨씬 사업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니 평가뿐만 아니라 거의 순풍에 돛단 듯이 사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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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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