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이 작성되고 나면 이제는 원고의 청구원인 사실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해야하는 데, 이를 ‘증거’라고 한다. 이는 변론주의가 지배하는 민사소송에서 다툼이 있는 사실에 대해 당사자가 법원에 증거자료를 제출해야하는 것이고 이 제출된 증거자료에 의해 법관은 심증을 얻고 사실을 확정해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거서류들을 ‘서증’이라고 하는 데 보통 소장에 ‘입증방법’이라는 제목 하에 이를 소장에 기재하고 첨부해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증거서류들을 변론준비절차나 변론기일에 제출해도 상관 없겠으나 ‘적시(適時)제출주의’라 해 제 때에 증거를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입게 되는 불이익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 입증방법의 표시는 소장의 필요적 기재사항이 아니므로 그것을 빼도 소장의 기재요건을 흠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이를 기재하고 첨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서류 즉 서증은 원고가 제출할 때는 ‘갑’호증이라 하고 피고가 후일 제출케 되는 서증은 이를 ‘을’호증이라 해 구별한다.
이를 기재하는 방법을 보자. 가령, 원고가 제출하는 서증이라면 1. 갑 제1호증 등기부등본 1. 갑 제2호증 매매계약서 1. 갑 제3호증의 1 (각서) 2(확인서) 라고 적으면 된다. 다만 위 갑 제3호증의 1 및 2로 서증을 제출하는 경우 제3호증을 ‘모(母)번호’라 하고 그 다음번호 1, 2를 ‘가지번호’라고 일컫는 데, 이는 입증하려고 하는 내용이 복수로서 상호관련이 밀접한 경우 이용한다. 그러나 이를 위반 했다고 해서 문제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여기서 이해의 편의를 위해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즉 증거의 제출과 증거의 신청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개념을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먼저 증거의 제출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툼이 있는 사실에 대해 법관이 이를 확정할 필요로 당사자가 자기의 주장사실을 이유 있게 하기 위해 자신이 소지하는 증거서류 등을 직접 제출하는 것을 말하고, 증거의 신청은 예컨대, 증인이나 당사자의 신문 또는 검증, 감정의 신청과 같이 당사자가 일정한 입증사항에 대해 일정한 증거방법을 지정하고, 그 조사를 법원에 대해 요구하는 소송행위이다.
따라서 만일 당사자로부터 증거신청이 없을 때에는 해당 쟁점사실에 대해 증거가 없는 것으로 될 위험이 있게 된다.
그러면 어느 때 원고가 어떤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고, 신청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점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가령, 원고가 피고에게 물건을 외상으로 매매하고, 그 대금 결제일에 이 매매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사건을 예로 보자. 우선 원고는 피고에게 물건을 매매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는데 직접 필요한 것은 매매계약서 내지는 납품영수증일 것이다. 이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원고가 피고에게 매매대금의 청구권이 있음을 입증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위와 같은 매매사실을 입증할 서류가 없다면 이때는 직접적인 증거서류가 없게 된 것이므로 간접적인 증거로서 매매사실을 알고 있는 제3자를 증인으로 내세워 이 증인의 증언을 통해 위 매매사실을 밝혀야 한다. 따라서 이때는 증인의 증언을 증거로 제출키 위해 법원에 대해 증인을 신문해달라는 취지의 증거신청(증인신문신청)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신청을 받아 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증거의 채부(採否)결정’을 통해 증거신청을 받아 줄 것인지의 여부를 법관이 결정하게 된다. 이렇듯 증거를 제출하고 증거를 신청하는 등의 ‘입증’은 원고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때부터 변론의 전(全)과정에 걸쳐 관계되는 것이므로 이를 시의(時宜) 적절히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곽순만 (금강(주) 법무실장·한국중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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