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자를 만나면 표정 속에 그 기업의 살림살이가 보이는 것 같다. 2009년 상반기는 중소기업에게 앞이 안 보이는 고난의 시기로 중소기업인을 만나면 인사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올 7월을 넘기면서 만나는 중소기업인의 표정이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기업이 어려우니 직장인들도 어려운 한 해였다. 얼마나 살기 어려웠으면 직장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먹고사는 것을 걱정 한다’(口腹之累)였겠는가?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중소기업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고난의 시기를 겪으면 반드시 배우는 것이 있어야 과거 보다 미래가 더 나아진다.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는 기업에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면박을 받을 것 같다.
1950년대, 1960년대를 살아 온 한국 사람들은 이미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어머니들이 했던 것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이었다.

내년 경제전망 불투명

먹고 살기 어려운데 저축할 돈이 어디 있겠는가? 아침, 저녁 밥에 들어갈 쌀을 한 줌 덜어 내어 부뚜막 저금통인 항아리에 넣고 보리를 더 넣어 밥을 지었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부뚜막 항아리에 쌓인 쌀이 한 되박이 된다. 이를 팔아 각 가정이 저축할 돈을 마련하고 이를 함께 모으면 목돈이 되었다. 이 역할의 리더십을 만들어 낸 것이 새마을금고 부녀회였고, 이런 목돈 덕택에 학비를 조달하여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50대와 60대 분들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저축할 돈이 없을 때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저축을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중소기업인들도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미래를 준비하는 결심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
물론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2010년이 지나 봐야 미래 경제 방향이 예측될 것 같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긍정적 요인을 보면 2009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분기 마다 수정되어 애초 최악의 시나리오인 -2.2%에서 -0.2%로까지 바뀌고 있다. 더구나 2010년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에서 국내 유명 연구소들은 4~5%이고, 해외 유명투자은행들의 예측치 평균이 4.9%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세계경제 호황기 시절인 2007년 한국경제성장률 5.0%를 상회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반면 불안 요인도 있다. 매출액 상위 600대 한국 대기업 경영자들의 75.7% 이상이 2010년에 세계경제의 더블 딥‘(단기적인 불황국면 진입기간) 가능성에 공감을 하고 있다.

中企 자립에 매진해야

2010년 상반기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므로, 출구전략의 시행 시기는 내년 7월 이후 하반기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0년 정부 예산에는 출구전략 내용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 재정적자를 편성하여 경기부양을 했던 올해 예산과 달리 내년 예산 규모는 크게 축소된다. 특히 유동성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자금애로요인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융자사업 예산은 5.8조원에서 3.1조원으로 46.5%로 급감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규모가 68조에서 66조로 감소되고, 그 규모 축소는 앞으로 더 가속화 될 것이다.
깊은 불황을 호전시키려는 정부의 역할은 끝나고 정상적인 정부 기능으로 복귀하고 있어 중소기업도 자립적인 지속적 경쟁력 개척과 축적으로 더 매진해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의 애로요인을 보면, 내수부진, 불확실한 경제상황, 경쟁심화, 환율요인 등이 70%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혁신을 해 나가는 것이다.
2009년 경제 상황이 아주 어려웠지만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이 늘어난 기업들이 바로 세계시장에서 1~4위하는 기업들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1~2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업가정신을 갖춘 기업가라면 누가 못하겠는가?
7년~20년을 투자하여 품질을 최고로 만들고 시장을 개척해야 하므로, 이러한 고난의 기간 동안 불경기도 만나고 호경기도 만나게 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계속하여 장수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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